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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200쌍 피해…결혼식 영상 '먹튀사건' 취재기

입력 2019-08-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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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뉴스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 보여주는 기자 '뉴스보기'입니다. 오늘(27일)은 기동이슈팀 박민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 결혼식 이야기라고요?

[기자]

네, 그런데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저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사진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린 이고은 씨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예식 날 사진을 받았는데요.

영상은 받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 업체에 예식 영상 촬영을 맡겼는데, 열 달이 지나도록 결과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초 약속한 기간은 석 달에서 넉 달, 계약서에도 이 내용이 있고요.

이렇게 결혼식 영상 촬영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200명이 넘습니다.

[앵커]

200명이 넘는다. 그럼 이 분들, 촬영 대금은 돌려받았는지요?

[기자]

전혀 돌려받지를 못했습니다.

대금이 30~40만 원대인데요.

아직까지 예식 영상도, 환불도 못 받았습니다.

업체 대표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또 기다려 달라. 이렇게 계속 미루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잠적을 해버렸습니다.

[앵커]

네, 어제 뉴스룸에서 보도한 내용이기는 한데요. 결혼식 영상 촬영 업체의 이른바 '먹튀' 사건이라고 봐도 됩니까?

[기자]

업체 측은 피해자들에게 앞서 "운영이 어렵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야기를 했다는데요.

직접 찾아가서 해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이죠, 지난 23일 대표 윤모 씨가 구속됐기 때문인데요.

피해자들이 경찰에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한 것이 두달 전 입니다.

6월인데, 두 달 동안 수사를 벌인 경찰은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조사를해보니까 범행 기간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정도, 피해자는 말씀드린 대로 200명이 넘었습니다.

[앵커]

기간은 1년 기간이고 피해자가 200명이 넘는다는데, 그럼 박 기자는 그중에, 취재 과정에 여러 명을 만났습니까?

[기자]

10명이 넘게 만났습니다.

제가 접촉을 했을 때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의사를 밝혀주신분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중에 제가 만나 뵌 분들 중에서 얼굴과 이름을 써도 좋다, 실명으로 인터뷰하겠다, 라고 하신 것은 두 분인데요.

피해자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고은/서울 화곡동 (지난 25일) : 사기를 크게 당한 걸 모르세요, 양가 부모님들이. 부모님들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해서 (영상 제작) 그렇게 신청을 해서 한 것인데, 사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고 '혹시 나왔냐'고 몇 번 물어보시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숨기고, 속여야 하는…]

[앵커]

지금 인터뷰에 응하신 부은 지난해 10월 결혼하셨다는 것이잖아요? 조금 지나면 바로 1주년이 되네요.

[기자]

맞습니다. 결혼 1주년이 곧 다가오는데 영상 때문에 계속 속상해 하는 상황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분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한이슬/경기 안양시 평촌동 (지난 25일) : 결혼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하는데 그걸 아직까지 내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해요. 시간이 좀 지날수록 제 탓을 하게 되는 거죠. 사실 제 탓도 아닌데.]

[앵커]

자꾸만 자책을 하게 된다는 것이군요. 결혼식날 사진이라든가 영상, 다른 것과는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내 인생의 보물로 꼽는 분들이 많잖아요.

[기자]

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피해자들은 "돈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입을 모았습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 금액은 7800만 원 정도입니다.

흔히 언론을 통해 접하는 '수억, 수십억 원 대' 사기나 배임·횡령 이런 범죄는 아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 목소리 들어보시죠.

[윤모 씨/경기 수원시 인계동 (지난 25일)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에 DVD를 하려고 했었지 않았나…내 생애에서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웠어야 할 하루를 그냥 다 날린 거라는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서.]

[앵커]

이쯤 되면 업체 측에서 과연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됐나 싶어요.

[기자]

네, 문제가 불거지자 업체는 지난 5월 피해자들에게 폐업을 선언했는데요, 그런데 이후로도 예약을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사정을 모르는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응대를 한 것인데요.

아예 예식날 촬영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윤모 씨/경기 수원시 인계동 (지난 25일) : 다른 신부와 이중계약이 돼 있었던 거죠. (그분 예식장에는?) 안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대표 윤모 씨는 구속 전, 피해자들 연락을 계속 피해왔고요.

피해자들은 윤씨가 "악마 같은 신부들이 많다", "지긋지긋해서 못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워낙 싼 값에 영상 제작을 하다 보니 이윤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고 사기를 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명했다고 합니다.

[앵커]

결혼을 준비하거나, 예식을 해본 분들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더 클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어제 보도 이후 제 주변에서도 "내가 결혼 준비할 때 생각이 나서 속이 터지더라"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저희 보도국 취재기자 한 명도 "이 업체가 어디냐"고 저한테 물어왔는데요.

제가 알려주면서 왜 물어보냐고 했더니만 "혹시 내가 예약한 업체 아닌가 걱정돼서 물어봤다,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앵커]

업체 대표는 구속이 됐는데, 이 사건은 해결 국면으로 가는 것인가요?

[기자]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일단 피해 회복이 전혀 안 된 상태입니다.

피해자들은 편집본이 아니라, 촬영 원본 영상이라도 받고 싶다는 입장인데요.

이 영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다 상당수는 어디 있는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업체 대표 윤모 씨가 외주 사진작가 수십 명을 고용해 촬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가들에게 약속한 임금도 주지를 않았는데 일부 작가들은 "내가 돈을 못 받았으니 원본 영상을 돈 받고 팔겠다, 돈 내라" 피해자들에게 이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달라지리라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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