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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희망 가득하던 학교가 흉물로…방치된 폐교

입력 2018-01-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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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학교가 사라지고 통폐합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요. 오늘(4일) 밀착카메라는 이렇게 문을 닫은 학교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학교가 흉물로 변해가는 현장을 손광균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곳은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한 폐교 건물입니다. 학교 입구는 이렇게 자물쇠로 잠겨서 들어갈 수 없고요. 이 앞에 있는 정원도 원래는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나 꽃이 심어져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각종 쓰레기만 굴러다닙니다.

이 쓰레기더미들을 지나면 동상이 하나 나오는데요. 앞에서 보니까 반공 소년 이승복 동상이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옛날에 만들어진 학교에서 주로 보던 그 이승복 동상인데요. 동상의 상태는 페인트칠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전체적으로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입니다.

반공교육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승복 조각상이 89년 전 문을 연 이 학교의 역사를 증명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학교는 지난 1999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전까지 졸업생만 3500명에 달했습니다.

이곳이 한때 얼마나 큰 학교였는지 보여주는 건물들입니다. 이 뒤쪽에 있는 건 양호실 겸 창고로 쓰인 곳이고요. 이곳은 '제3 생활관'이라는 안내가 있는 교사와 교직원들이 사용한 공간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방이 하나 나오는데요. 침대가 있는 침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침대 상태로 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요. 반대편에는 방이 하나 더 있는데요. 벽에는 옷걸이가 걸려 있고요. 이곳은 온돌방이었는데, 바닥에는 누가 쓰다 남기고 간 잡동사니들만 있습니다.

1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던 학교는 한 개인이 수련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잠시 활기를 띠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던 대표가 교육청에 내야 하는 임대료를 내지 못하다 몇 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련원이 철거하면서 학교는 제 모습을 잃었습니다.

주무부처인 가평교육청은 필요하면 보수를 진행한 뒤 조만간 새 계약자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평교육지원청 관계자 : 저희가 안전 진단 등급을 의뢰해서 등급을 받고, 시설 보완이나 건물 철거 같은 부분들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수련원으로 운영되다 버려진 폐교는 이곳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파주의 한 분교는 24년 전 문을 닫은 뒤 세 차례 체험시설이 들어왔지만, 모두 경영난에 시달리며 폐업했습니다.

교육청은 지자체와 협의해 학교를 허물고 주차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을 이장 : 교육시설이었으니까 교육 목적으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좋고, 교육청에서도 그것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지난해까지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408개 학교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방치되고 있습니다.

관리비에 보수작업까지 하면 매년 수십억이 투입됩니다.

관할 교육청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물 자체가 낡아 처리가 쉽지 않다고 해명합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 지역주민이나 동문회들이 애착심이 강하세요. 그래서 저희가 매각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한때 아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학교는, 이제 거미줄과 잡초가 뒤덮은 흉물로 변했습니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계속되는 한,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유령학교'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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