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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가뭄…'그 많던 물은 다 어디로 갔나'

입력 2015-06-18 22:12 수정 2015-06-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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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패연하우'

'비가 넘치도록 내린다'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요즘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조금 후에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서 하늘이 캄캄하여지며 큰 비가 내리는지라" - 구약성서 '열왕기상' (18:45)

선지자 엘리야의 기도로 비가 내렸다는 성서 중 한 구절입니다.

비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지요. 중국 은나라의 탕왕 역시 가뭄 앞에서는 육사자책(六事自責). 즉 여섯 가지를 자책하며 하늘 앞에 통렬한 반성의 제를 올렸다 합니다.

"(태조가 왕위에 오르자) 억수같이 비가 내리니 백성이 크게 기뻐하였다" -태조실록 (1392년 7월 18일)

조선왕조실록 역시 태조 즉위 바로 다음날 큰 비가 내렸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왕들 역시 가뭄이 극심하면 삼베옷을 입고 거적위에 올라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치수로 문명이 흥하고 쇠퇴했던 분명한 사례들은 차고 넘칩니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치수' 즉 물 관리는 국가의 몫이었고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물그릇을 크게 만들겠다"

치수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이명박 정부 내내 20조원 넘게 들여 밀어붙인 4대강 공사. 정작 가두어진 물은 흐르지 못해 이른바 녹조라떼가 되어가는데 무슨 영문인지 인근 논밭은 바짝 타들어간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상습 가뭄지역이 아닌 엉뚱한 곳에 보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더구나 4대강이 되레 지천과 지하수 수위를 낮춰놓았다는 증거들도 여럿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그릇을 크게 만들기는 했는데 그냥 만들기만 했지 쓸모는 없다…그런 얘기가 된 셈입니다.

천수답.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하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의 논을 말합니다.

수십조원 예산을 들여 거대한 물그릇을 만들어놨다지만 그 비싼 물그릇을 앞에 둔 채 또다시 기우제나 지내야 하는 천수답으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저녁부터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는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19일)은 반가운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다는군요. 그래봤자 해갈에는 아직 멀긴 했지만…

가뭄과 역병으로 깊이 갈라진 마음들. 빗소리로나마 좀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패연하우. 넘치도록 주룩주룩 내리는 반가운 빗소리를 기대하면서 내친 김에 옛날 노래로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기우제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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