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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토끼의 뿔, 그리고 거북의 털

입력 2016-10-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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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토끼의 뿔, 그리고 거북의 털.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비유 중 하나입니다.

토끼의 귀 사이에서 뿔을 발견하고 거북의 등에서 털을 찾아내는 일.

오늘 앵커브리핑은 그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찾아다니는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공개서한을 띄웠습니다.

직사 물대포를 맞은 농민. 그의 죽음은 가해자가 존재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 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망진단서를 다시 들여다 본 서울대병원 특위 위원장이 남긴 말…

"나였다면 외인사라고 썼을 것이다…"

그러나 주치의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주치의의 진정성을 인정해서 병사라는 결론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특조위는 얘기를 했죠.

그렇다면 그 사망진단서에서 토끼의 뿔이나 거북의 털을 떠올렸다면 그것은 지나친 의심에 지나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여기… 논란이 벌어진지 열흘 만에 돈을 낸 대기업도, 재단 관계자도 모르는 사이 전격 해산과 통합이 결정된 그 재단들이 있습니다.

혹자는 세월호까지 거론하며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이라 주장하는데 공개된 증언과, 발송된 모금 독촉장과 맞춤법까지 틀려가며 급조된 도장들과 서둘러 없애려는 듯 사라지고 있다는 서류들은 하나같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혹은 더욱 무성해지고 짙어지는 아이러니…

나온 해명들이 토끼의 귀 사이에서 뿔을 찾고 거북의 등에서 털을 찾는 것과도 같아 사람들은 차라리 그것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혹들임을 해명에 앞서 믿고 싶을 만큼 지쳐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10월 3일, 개천절 연휴의 마지막 날.

추석 연휴에 이어서 덤으로 얻은 듯한 연휴의 끝 날에 날은 참으로 아름다워서 햇빛이 부서지는 듯 했습니다.

시인은 오늘 같은 날을 이렇게 보내라고 했는데…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 김용택 '쉬는 날'

굳이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찾을 필요가 없는 중생들에게 오늘은 정말 그런 날이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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