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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오염에 사라진 해양 생명체…새만금이 죽어간다

입력 2015-07-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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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죽음의 호수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새만금호에 오늘(22일)은 한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심각한 오염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부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탐사플러스, 임진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뻘이 다 썩었잖아요]

[(냄새가 너무 안 좋은데요?) 아이 여기는 다 썩었다니까. 진짜.]

[김영주/어민 : 완전히 썩어가지고 (죽은 조개) 껍질이 겁나요. 하나 가득 차버려 껍질이…]

[오동필/새만금생태조사단 팀장 :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은 게 주 원인이고요. 해양 생물이 자취를 감추다 보니까.]

새만금 물막이 공사를 완료한 지 10년. 33.9km 세계 최대 규모의 방조제 건설로 거대한 '새만금호'가 생겼습니다.

한때 물고기와 조개 등 수산물의 보고였던 일대 해안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어민 김형봉 씨가 그물 손질 작업에 한창입니다.

[김형봉/어민 : 왜 이런 걸 (고무) 대냐 하면 하도 바닥이 더러워가지고 다 썩고. 올해 이만했던 바지락이 다 썩어버리면 내년엔 껍데기가 되는 거야.]

물막이 이후 특산물이던 백합은 사라졌고 그나마 바지락도 지난해부턴 수확량이 1/3로 줄었습니다.

[신준모/어민 : 전에는 살아있는 뻘인데 지금은 작업을 하다보면 흔히 말하는 시궁창 냄새…(시궁창이요?) 네.]

정상적인 조업을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김형봉/어민 : 일년에 (조업) 20~30일 하면 많이 하고, 새만금 (공사장) 어디 일하는 데 있으면 하룻날일 이라도 가고.]

새만금호 본류인 만경강 상류로 올라가 봤습니다. 물막이 이후 수위는 3~4미터 낮아졌습니다.

곳곳에서 녹조 현상이 보이고, 심하게 오염된 곳도 많습니다.

이곳 주민들도 생계를 위협받긴 마찬가지입니다.

[장길자/상인 : (새만금 방조제 생기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씀 좀 들어보려고요.) 변화는 뭐 거지만 됐지. 뭐가 있어. 어민은 진짜 거지야.]

방조제 바깥 해안은 어떨까.

[김덕재/어민 : (수확)량이 굉장히 줄었죠. 그 전에는 고기를 주체 못했는데 지금은 고기가 안 나오니까.]

[박호식/어민 : 바닥에 뻘 있잖아요. 맨날 바다 청소만 하고 다니고 있어요.]

외해 쪽 어민들 상황도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정만영/도매상인 : 광어가 많이 줄었죠. 작년에는 6톤, 7톤씩 하루에 나왔는데 (지금은) 1톤도 안 나오죠.]

올들어 새만금호 중간지점 수질은 최하 등급인 6등급까지 떨어졌습니다.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2000년대 초보다 무려 7배나 높아졌습니다.

매년 한국을 찾아 새만금을 연구해온 일본 시즈오카 대학 사토 신이치 교수에 따르면, 깨끗한 물에서 사는 어패류는 사라지고 대신 종밋이나 계화도조개같은 오염지표종이 출현했습니다.

[김종성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 얘네들은 유기물 오염 지시종입니다. 유기물이 갑자기 많아지면, 소위 똥물이 되면 갑자기 얘네들이 많아지는 거예요.]

수질 개선에 쓴 돈 2조 5천억 원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오창환 교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 지금 4대강에서 보셨잖아요. (물을) 정지시키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엄청난 환경 비용을 넣어야 되는 거예요.]

만경강 상류 오염 실태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공장지대에서 나온 오폐수들이 여과없이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정체되는 구간에선 심한 오염으로 악취가 진동합니다.

만경강 상류 익산 방향으로는 전국 규모의 축산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인근 곳곳에서 무단 방류한 축산 폐수들이 모여 거대한 저수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익산천은 바로 만경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기 똥물들은 고스란히 익산천을 따라서 만경강으로 흘러갑니다.]

인근에 560억원을 들여 만든 가축분뇨처리장이 있지만 처리비용에 부담을 느낀 농가들이 무단방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수질 악화.

새만금호의 미래를 짐작해볼 수 있는 사례가 일본에 있습니다.

새만금호의 롤모델이 됐던 일본 나가사키현 이사하야만. 방조제를 쌓은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농업 용수로 쓰기 위해 방조제 안쪽을 완전히 담수화시켰습니다.

바닷물은 간척된 농업 용지에 쓸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을 막자 안쪽 담수호에 쓰레기들이 쌓이고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조제 바깥 바다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담수호의 수위 조절을 위해 오염수를 한꺼번에 방류하면서 생태 환경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여섯 개의 수문 중 두개를 연지 30분이 지났는데요. 시커멓게 변한 담수들이 흘러들면서 먼 바다까지 색이 많이 변했습니다.

당장 외해 쪽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히로토시/어민 : 간척하기 전에는 여러 생선, 조개류, 키조개 등이 많이 잡혔는데요. 지금은 주로 해파리를 잡고 있습니다.]

해파리를 중국에 수출해 버는 게 유일한 소득원입니다.

일부 남은 갯뻘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키츠/생태운동가 : 작년에는 36톤의 바지락을 잡았는데 거의 다 죽었습니다.]

급기야 어민들은 해수를 유통시켜 달라며 소송을 했지만 이번에는 농민들이 맞소송에 나섰습니다.

[고바야시/농업관계자 : 제방 문을 열면 저수지가 해수가 돼 버리니까 농업용수로 쓸 수 없습니다.]

새만금 간척지 일대에서는 오늘도 대규모 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길을 막아 땅을 만드는 방수제 공사와 바닥에서 모래를 퍼내는 준설공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질은 한번 더 악화됩니다.

[박대현/새만금지방환경청 과장 : 방수제를 체결하는 바람에 급격히 정체 수역이 발생해서, 특히 만경강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정부는 2020년까지 깨끗한 담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질이 악화될 때마다 수시로 해수를 유통시켜야 했습니다.

바닷물의 유통 없이 거대한 새만금호를 살아있는 물로 유지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겁니다.

10년 전, 새만금호의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학자들은 지금 어떤 입장일지 물었습니다.

[000/K대 해양학과 교수 : 옛날에 농지 한다고 그랬을 때 찬성했어요. 지금은 다 바뀌었는데, 나하고 아무 관계 없는 이야기지.]

[000/H해양연구소 연구원 : 그때 하고는 그다음에 지원이 안 되면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그 뒤는 잘 모릅니다.]

[000/S대 자연과학부 교수 : 지금 상황이 어떤지를 잘 파악 못 하고 있거든요.]

[000/C대 농업경제학 교수 : 오래돼서 저는 잊어 먹은 지 오래됐어요.]

[000/S대 농대 교수 : 십 몇 년 전에 잠깐 참여했다가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모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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