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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속았다" 주장했지만…'한 지갑' 사용 정황

입력 2018-01-04 21:57 수정 2018-01-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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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오늘(4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가운데 20여억 원은 자신의 주사 시술비와 옷값을 내거나, 측근들 휴가비와 활동비를 챙기는 등 대부분 사적인 용도에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나머지 16억 원은 어딨는지 모릅니다.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고… 이건 계속 추적을 해봐야 되는 문제죠.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11개월째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 특활비 상납도 같은 뇌물 범죄여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됩니다.

심수미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뇌물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최순실 씨와의 공모 관계가 핵심이었는데, 오늘 검찰 수사 발표를 보면 기존에 나온 정황들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작년 1월 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 현직이었던 시절에, 탄핵안이 통과된 상태이긴 했습니다마는. 갑자기 기자들 불러모아서 이야기 할 때, 대체 경제공동체가 뭐냐…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공동체라는 단어를 써도 될 법합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앞선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의 절반 이상은 최순실씨 딸에게 말을 사주게 하는 등 최씨 측에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래서 "최씨에게 속았다"는 취지로, 최씨와 그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는데요.

하지만 오늘 검찰의 추가 기소 내용을 뜯어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한 지갑'을 사용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앵커]

단적인 대목이 최순실씨의 자필 메모죠?

[기자]

네 지금 보시는 게 검찰이 최순실씨 자택에서 확보한 메모지입니다.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연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의 돈을 지급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명절비나 휴가비 명목으로 준 액수를 적어둔 건데, 검찰은 이들 세 명으로부터 모두 정확히 같은 금액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국정원에서 다달이 받은 특활비는 모두 금고에 보관됐다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만 엄격하게 쓰였는데, 그 정확한 내역을 최순실 씨가 알고 관여했던 정황입니다.

[앵커]

최순실 씨의 메모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얼마 주라는 메모가 적혀있다라는 것은 그 문고리 3인방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관일 뿐만 아니라 최순실 씨가 부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렇게까지도 생각이 가능한 그런 대목이기도 합니다. 아니라면 왜 자기가 얼마씩 주라고 했는지… 또 한 가지는 특활비 상당 부분이 최 씨에게 건네진 것으로도 추정이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액수를 지시할 때마다 적게는 2000만 원, 많게는 1억 2000만 원을 관저에 들고 찾아갔습니다.

이때 최순실 씨가 자주 같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특이한 점은 박 전 대통령이 이런 돈을 요구할 때, 종이 쇼핑백에 넣어 테이프로 봉인을 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쇼핑백은 한 번 더 등장을 합니다. 바로 이영선 전 행정관의 입에서 나오는데요. 테이프로 봉인된 쇼핑백을 정기적으로 최순실씨 운전기사에게 자주 전달했고, 안에 돈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두 검찰 조사에 불응하면서 정확히 이 쇼핑백 안에 어떤 현금이 담겨 있었는지 까진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상당한 돈이 최씨 측에 건네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앵커]

최순실씨 본인도 수백억 원대 재산을 가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박 전 대통령에게 돈을 받아 썼을까요?

[기자]

수표나 카드가 아닌 현금이기 때문에 정확한 추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 국정농단의 발단이 된 더블루케이나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각종 법인들이 만들어질 때, 고영태 씨 등 명목상 대표들은 모두 초기 자본금 5000만 원 등을 최 씨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 오만 원권 다발로 받았다…이렇게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의상비 대납처럼,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일을 최 씨가 대신 해준 것은 아닌지 검찰의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박 전 대통령이 여전히 사용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대포폰, 차명폰이죠. 차명폰 요금도 1300만 원이나 되죠?

[기자]

사실 1300만원은요, 이영선 전 행정관의 계좌에서 2년간 공식 빠져나간 돈만 계산된 것이라서, 실제 3년 넘게 차명폰 사용 금액은 20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차명폰 사용자들은 10명이 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긴밀하게 통화가 오갔던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10월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이 쓴 차명폰은 모두 51대인데, 이 전 행정관이 2014년 8월까지는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내서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차명폰 51대라는 것은 사실 일반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차명폰 댓수고, 머리가 복잡해서 그걸 어떻게 다 썼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차명폰은 분명히 불법입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기존 1심 재판은 사실상 끝나가는데, 오늘 추가 기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한, 이른바 '경제 공동체' 관계라는 정황이 더욱 짙어진 상황입니다.

대기업을 압박해 최 씨 측에 돈을 주게 한 이유가 보다 선명해진 만큼 줄곧 "몰랐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반박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 불출석 하면서, 스스로 방어권 조차 완전히 포기한 상태입니다.

여러가지를 종합해 볼 때, 1심은 박 전 대통령 측에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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