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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실시간 백신 브리핑'…'뒷수습' 나선 방역당국 "유감"

입력 2021-07-28 15:52 수정 2021-07-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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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젯밤 정부는 모더나 측과 고위급 영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논의 결과 모더나 측은 다소 차질이 있었던 백신 공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접종 대기 중인 모더나 백신 〈사진=연합뉴스〉접종 대기 중인 모더나 백신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의 오늘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발언입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마자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어젯밤 회의는 누가 참석한 것인가', '그래서 다음 주 들어오는 백신은 얼마나 되는가', '이번에는 정말 차질 없이 백신이 들어오는 것인가' 등등 말이죠.

이 질문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입니다. 김 총리가 발표하기 약 1시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7월) 25일 75만 도스, 31일 121만 도스 해서 196만 도스를 받기로 한 것이 지금 연기가 된 것"이라면서 "일단 130~140만 회분 정도를 다음 주에 제공받는 것으로 (어제 회의에서) 이야기가 됐다"고 상세히 밝힌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번 백신 수급 현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도입될 때까지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듣던 취재진 입장에서는 의아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사과했습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서 다소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페널티도 가능한 사항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일,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에는 정치인 출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주차별 공급량을 공개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때도 수습은 정부 몫이었습니다. 손영래 반장은 당시 "행안부에 파악한 결과로는 장관이 인터뷰 과정에서 백신의 주차별 물량에 관해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이후 실무진의 자료 제공 과정에서 협약 위배 소지가 있는 자료가 제공돼 기사화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역 당국 내부의 실무적 실수로 비밀유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기자단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7.23 〈사진=연합뉴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7.23 〈사진=연합뉴스〉
이번 논란과 '데자뷔' 같은 상황. 당시 해당 제약사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들 제약사에 당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한 끝에 페널티로 이어지지는 않았고요.

정부는 "양해를 구하기 위해 즉시 보도반박자료를 배포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방역 당국의 고충이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밀유지협약을 어겼을 시 페널티는 예정됐던 백신 공급 일정이나 공급 물량을 다시 조정하거나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도 있을 정도로 중대합니다.

오는 8월 50대는 물론 40대 이하 대규모 접종을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페널티, 생각만 해도 아찔할 수밖에 없는데요. 모더나 백신 도입 연기로 걱정 많은 국민을 조금이라도 빨리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고'는 정치권이 치고 '수습'은 방역 당국이 하는 일, 더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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