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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열악한 처우에도…'돌봄 공백' 메우는 그들

입력 2020-09-10 20:58 수정 2020-09-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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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학기가 됐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못 가고 있지요. 긴급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지역아동센터'로 몰리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이런 센터들을 돌아보고 왔는데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이 적어서 운영도 어렵고 교사들 처우도 열악한 실정입니다.

이선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아이들로 시끌벅적해야 할 운동장도 텅 비어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수업이 중단되면서 오늘(10일)도 전국에 7천900여 개 학교의 등교가 불발됐습니다.

가정 돌봄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긴급돌봄이 이뤄지는 지역아동센터로 가게 됩니다.

센터는 아이들의 안식처입니다.

돌봄 공백을 메워줄 유일한 곳입니다.

많게는 24명까지 오던 곳에 지금은 네다섯 명이 전부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센터 운영에도 제동이 걸린 겁니다.

한 명이라도 더 안아주고 싶은 선생님들은 그러지 못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정광재/지역아동센터 대표 : 지금 애들이 너무 안아주고 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그 실정이…]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중단됐고, 일대일 공부만 겨우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성민/센터 이용 학생 : (집에서) 화상 수업하는데 동생 들어오고 그러면 분위기도 깨지고 그러니까. 동생이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으면 그것도 안 좋은 거고. (동생이) 7살이에요.]

센터에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유성민/센터 이용 학생 : 아버지가 새벽에 일 나가셔서 들어오고 오후에 또 일 나가셔서 저녁에 들어오니까. 코로나 때문에 회사를 잘리신 건지 옮기신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요. 이런 데 나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아이들은 줄었지만 선생님의 업무는 늘었습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선생님들은 배달원으로 변신합니다.

대면 급식을 최소화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이 이 센터에만 스무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은 도시락을 집으로 직접 배달 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야, 도시락 왔어. 오늘은 빵도 있다. 오빠도 있어? 잘 먹어.]

이처럼 지역 내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책임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재정적인 부분이 그렇습니다.

매달 시에서 나오는 운영비는 500여만 원.

이 안에서 교사 두 명의 월급과 운영비를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월급을 준다 해도 남는 돈이 없습니다.

결국 적자여서 후원을 받아 월세를 냅니다.

그런데 후원자 이름이 센터 대표의 이름입니다.

스스로 후원하는 셈입니다.

간식거리도 발품을 팔아 받아옵니다.

[정광재/지역아동센터 대표 : 국가에서 주는 돈이 적잖아요. 어떻게 해요, 끌어당겨야죠. (영업사원 같은…) 예, 그렇게 해야 돼요. 안 그러면 애들을 먹일 수가 없어요.]

넉 달 전엔 월세 5만 원을 올려달라는 말에 조금 더 싼 곳을 찾아 이사까지 왔습니다.

[정광재/지역아동센터 대표 : 5만원이 아니고 1만원도 되게 중요한 상황이죠. 센터가 많이 문 닫았어요. 일산에도 50 몇 개 있었는데 지금 34개 정도 남은 거로 기억하는데요.]

서울 센터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집보다 센터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냅니다.

[아침 11시부터 7시. 간식도 먹고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저는 밥 먹으러 옵니다.]

[온라인수업 들으러 10시에 왔어요. 혼자 걸어서 왔어요.]

교사들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버렸습니다.

[박미연/사회복지사 : 돌봄의 시간이 훨씬 많아지다 보니까. 얘들아 잘 가고 내일 만나. 잠만 집에서 자고 오는 생활이 코로나 시작하면서 반년이 넘게 이렇게 생활을 하고.]

[서인숙/지역아동센터장 : 안 온 애들 계속 모니터링 전화하고 간편식 챙겨서 줘야 하고. 이런 동네에 있다 보니까 놀이터 같은 데 좀 다니면서 어디 못 가게 하고.]

그래도 센터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박미연/사회복지사 : 몸은 힘든데 진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을 돌보는 그 목적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최근엔 힘 빠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단일임금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시설에서 일하든 똑같은 급여를 받게 해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법인 시설만 포함되고, 민간 시설은 제외됐습니다.

교사들은 허탈하다고 말합니다.

[박진숙/지역아동센터장 : 그동안에 저희 급여, 최저급여였어도 불만하지 않았어요. 그냥 아이들 돌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근데 16년 만에 서울시에서 단일임금 준다고 해서 들여다보니…]

학교와 공공기관의 업무까지 도맡은 지 반년째,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박진숙/지역아동센터장 : 지역아동센터, 법인이나 개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므로 근로기준법을 지켜주시면 되고 서울시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에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버티고 있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되면서 '긴급돌봄'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때,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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