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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직원들에게 용산참사는 진행형

입력 2012-07-02 08:19

'두개의 문' 감독과 대화 행사…인권위 역할 반성


"현 위원장 용산 안건 상정 막으라 했다" 직원 증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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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문' 감독과 대화 행사…인권위 역할 반성


"현 위원장 용산 안건 상정 막으라 했다" 직원 증언도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에게 '용산참사'는 아직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다.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두고서도 인권기구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이 최근 개봉해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인권위 노조는 2일 오후 6시30분 이 작품을 공동연출한 김일란, 홍지유 감독을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다.

직원 40여명은 이미 영화를 단체관람하기도 했다.

인권위 직원들이 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마련한 데에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결정 이후 직원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반성이 깔려 있다.

인권위가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침묵한 것은 아니다. 인권위는 사건 발생 1년 만인 2010년 1월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견표명 직전인 2009년 12월30일 서울시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사이에 보상 협상이 타결돼 '뒷북'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미 용산참사 발생 직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도 용산참사와 관련한 우려 표명을 한 상태였다.

사실 이같이 뒤늦은 의견표명조차 현 위원장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인권위의 용산참사 관련 의견표명은 회의 과정에서 나온 현 위원장의 발언으로 더 유명하다.

2009년 12월28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용산참사 의견제출 안건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자 현 위원장은 급히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언했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선 그는 인권위원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되돌아와 사과했다.

당시 현 위원장이 해당 안건의 상정을 어떻게든 사전에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용산참사를 담당한 한 조사관은 2010년 1월초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사무총장이 저를 불러서는) 위원들이 전원위에 안건을 직접 올리려는 현재의 이 절차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하라고 현 위원장이 엄명하셨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최경숙 위원 등 위원 3명의 동의를 얻어 전원위원회 상정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하라고 엄명한 안건이 상정됐으니 위원장 스스로 해결법을 찾았던 것"이라며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치며 나가는 위원장이 측은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위원들과 모의해 '날치기' 상정을 도왔다고 오해를 산 이 조사관은 결국 인권위를 그만뒀다.

인권위의 다른 한 직원은 "두 개의 문을 보고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라며 "용산참사 의견표명 일을 계기로 당면한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하며 정권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현 위원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인권위 노조가 인권위 직원 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6명 가운데 77명(89.5%)이 '현 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의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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