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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대표 극단적 선택…이면에 '향군 수상한 임대'

입력 2019-02-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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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여주의 한 장례식장 대표가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해당 장례식장은 원래 재향군인회 산하 단체가 운영한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향군 측이 해당 대표와 임대 계약을 맺고 운영을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향군이 수익사업을 위탁하거나 임대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여주의 한 장례식장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 이곳 대표 창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장례식장을 맡은 지 10개월 만입니다.

창 씨는 여주 신협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최고 책임자까지 오른 뒤, 여주 향군지회장을 지냈습니다. 

[이길호/고 창씨 전 회사 동료 : 성격도 좋고 남을 배려하는 게 많고 자기 일보다 남 일이 먼저예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창 씨가 바뀐 것은 장례식 대표를 맡으면서였습니다.

[고 창씨 (사고 한 달 전) : 빚이, 엄청난 빚이잖아. 집 담보대출도 한 푼도 못 갚고 (잘)될 줄 알았거든.]

직원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이모 씨/전 장례식장 직원 : 직원이 2명이고 급여도 제대로 못 나왔고, 너무 힘들었고.]

창 씨가 대표로 근무했던 여주의 한 장례식장입니다.

주변에는 병원이 없고 한적한 도로 옆에 소규모 공장, 농지를 지나면 장례식장입니다.

4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지만 지금은 썰렁합니다.

애초 유가족은 향군 상조회로부터 월급을 받던 창 씨가 실적 압박을 느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고 창씨 (사고 한 달 전) : 본부에서 너무 힘들게 해서 그래, 너무 힘들게 하고 다 내 탓이라고 하고…]

하지만 창 씨의 죽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부인이 창 씨의 차에서 임대차 계약서를 발견한 것입니다.

[고 창씨 부인 : '300만원 월급을 주고 영업을 맡아서 할 거다' 저도 남편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그게 임대라는 걸 알았어요.]

창 씨가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며 그 수익으로 인건비와 각종 공과금을 납부해야 했던 것입니다.

재향군인회법상, 향군은 수익사업을 직접 운영해야 하고, 적자도 책임져야 합니다.

실제 보훈처는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향군 측에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11월엔 현장조사까지 나섰습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보훈처 측은 "향군이 시정 명령에 대해 행정 유예 소송을 걸어 조치를 내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 사이 창 씨가 숨진 것입니다.

향군은 창 씨가 운영하면서 생긴 4600만원의 빚까지 유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늘(14일) 보훈처에 출석한 향군 측은 "장례식장 임대를 맡긴 향군 상조회는 '상법'을 근거로 만든 자회사이기 때문에 임대 영업을 금지한 국가보훈처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훈처는 조만간 해당 수익사업의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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