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가 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우리 국민들이 고립돼 있습니다. 지난 5일, 아시아나 여객기를 타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내렸다가 발이 묶인 승객들인데요. 가까스로 호텔에 대피했지만, 언제 귀국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신진 기자입니다.
[기자]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밤 9시 아시아나 항공기가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이미 시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A씨/아시아나항공 승객 : 일단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 대기하고 있다가… 아시아나 지상 승무원이 와서 '빨리 내려라, 몸만 내려라.']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37명은 휴대전화와 여권만 챙겨 인근 소방서로 대피했습니다.
[A씨/아시아나항공 승객 : 소방차 스테이션에 가서 불 끄고 커튼 치고 거기서 밤새 대기를 했던 거죠.]
A씨는 이때부터 승객들이 사실상 방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외교부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조치도 승객들이 직접 했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A씨/아시아나항공 승객 : 서울에 연락하는 거나 대사관에 연락하는 거나 모든 것을 다 몇몇 시민들이 했어요. 우리 좀 빨리 빼달라, 거의 제가 밤새도록…]
결국 열두 시간 동안 소방서에서 대기한 후 다음날 오전 9시, 승객들은 총영사관이 빌려 온 버스를 타고 알마티 도심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총영사관의 도움은 거기까지였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아시아나항공 승객 : 영사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이제 할 일을 다했다… 가시려고 그래요. 엄청 싸웠지요.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도 없고…]
카자흐스탄 현지에 연고가 있는 한국인들은 각자 연고지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업무 등으로 카자흐스탄을 찾은 나머지 승객 7명은 막막한 상황입니다.
[A씨/아시아나항공 승객 : 공황 상태예요. 영사관 쪽에서는 호텔이 안전한데 뭘 걱정하냐 하는데 안전할 수 없는 게 호텔은 창문 가리라 하고 불 꺼라 그러고, 밖에서는 총소리 들리고…]
공항에서 급히 탈출하느라 소지품은 모두 기내에 있고, 로밍된 휴대전화로 수신 전화만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는 오늘(7일) 오후 승객들에게 먹을 것과 의료 장비 등 비상 물품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군이 다시 장악한 알마티 공항에 시위대가 들이닥쳐 귀국 항공편 운영 일정은 미뤄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허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