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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계상, 배우가 부러운 배우

입력 2015-06-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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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계상, 배우가 부러운 배우


배우 윤계상이 연기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영화를 만났다. 24일 개봉된 영화 '소수의견(김성제 감독)'이다. 영화는 2009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가 담아내는 소재와 이야기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꽤 무겁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공기를 담아냈고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픽션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영화가 리얼리티하게 다가온다.
윤계상이 그려내는 변호사 진원 캐릭터도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진원은 지방대 출신에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 변호사.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다가 우연히 강체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이경영(박재호)의 변론을 맡아,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인물이다. 정의와 진실을 좇으면서 권력에 맡서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윤계상의 연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포인트는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드라이 하지도 않는 그 적정선을 지키며 연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진원 캐릭터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과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잘 드러난다.
배급 등의 문제를 겪다 촬영 후 2년 만에 관객들에게 '소수의견'을 선보이는 주연 윤계상은 "영화를 찍었던 2013년의 윤계상은 열등감이 굉장히 많았다. 당시 상업영화의 성공을 원하면서도 배우적인 느낌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시기에 이 영화를 접했는데, 너무 어렵고 무거운 영화로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선택했다. 그런 '소수의견'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개인적으로 작품을 고를 때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을 본다. 또 청춘에 대한 성장담을 그린 작품을 1순위를 둔다.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살핀다. '소수의견'은 그런 점을 다 충족하는 영화였다. 또 평소 법정 드라마에 관심이 많기도 했다."

-찍은지 2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2년이나 지났지만 영화를 보니깐 그때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찍었는지 생각이 바로 나더라. 음악을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나는 것 처럼 '소수의견'도 그랬다. 집중을 많이 했던 영화라 오랜만이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2013년 영화를 찍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
"그 당시 윤계상에겐 열등감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을 때였다. 상업영화의 성공을 원하면서도 배우적인 느낌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시기에 이 영화를 접했는데, 너무 어렵고 무거운 영화로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선택했다. 극 중 진원은 이번 소송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말에 불타오르고, 그런 소송을 진행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나도 진원처럼 한 단계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터뷰] 윤계상, 배우가 부러운 배우


-'소수의견'이 담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 것도 없는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만든 잣대의 헛점이 드러난다. 참 아이러니 한 부분이지 않나. 픽션이지만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결말은 마음에 드나.
"실수라도 잘못한 것에 정당한 벌을 받는다는 결말이 좋았다. 마지막에 진원이 내뱉는 대사도 좋았다."

-유해진과 촬영 초반까지 어색했다던데.
"내가 먼저 촬영을 시작했고, 해진이 형은 10회차에 투입됐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연기를 출중하게 잘하는 분들이 대거 나왔고 법정 드라마라 생소한 용어가 많아서 여러모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 긴장된 상태가 이어지다가 자동차를 타고가면서 대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 많이 가까워졌다. 그때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4시간 정도 기다려야해서 앞에서 술을 마셨다. 그 때 해진이 형님께 고생담과 고민을 얘기했는데 그 이후로 친해졌다. 호칭도 선배님이 아닌 형님이라고 한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연기를 할 때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매컷이 다르다. 같은 장면을 찍으면서 애드리브도 다르게 한다. 살아 움직이는 연기라 함께 연기를 할 때 정말 좋았다. 애드리브를 할 때 뻔뻔하다. 그래서 더 재밌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인터뷰] 윤계상, 배우가 부러운 배우


-윤계상이 본 유해진은 어떤 배우인가.
"진지한데 위트가 뛰어나신 분이다. 사색하는 거 좋아하시고 산에 올라가시는 것 좋아하고 허투루 행동을 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해진이 형이 평소 연락해서 어디 가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날 데리고 자꾸 술자리를 가려고 하신다. 진지한 부분 등 비슷한 면이 많아서 나를 보면서 과거 형의 모습을 떠올리시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예뻐해주시는 것 같다."

-후반부 법정신이 강렬했다.
"감독님이 연극식으로 촬영을 한다는 얘기를 하셔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 동선부터 대사까지 준비를 철저히 했다. 배우로서 의욕에 불타올랐다. 가장 어려웠던 건 연기를 할 때 전문 심사위원단 앞에서 뭔가 연기 검사를 맡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를 평가하는 시험 무대 같았다. 유해진·권해효·이경영 선배님 등 연극을 했던 분들 앞에서 연극식으로 연기를 한다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런 긴장감이 자극제가 됐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확실히 대사를 할 때 편해지더라. 연습만이 살길인 것 같다. 선배님들의 연기에 묻히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감독님이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특별히 어떻게 해달라 요청했던 부분이 있나.
"감정을 자제 시켜달라고 했다. 촬영을 하면서 그 장면에 몰입해서 돌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공승연 기자(김옥빈)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은 뒤 기사로 내겠다고 하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그 상황이 성질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이 진원이가 이러는 마음은 잘 알겠는데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찍는데 또 화가나서 '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이 제발 참아달라고 하시더라. 한 쪽의 편을 들고 감정에 휩싸이는 모습을 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룹 활동을 해왔다. 소수의견이 됐던 적이 있었을 것 같다.
"내 의견이 소수의견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걸 얻었다.(웃음)"

-개봉이 연기되긴 했지만, 오히려 지금 시기에 개봉되는 게 잘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때가 있는 것 같다. 흥행을 떠나서 지금은 이 영화가 개봉이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개봉을 기다리면서 배우, 감독들은 무슨 대화를 했나.
"막연하게 기다렸다. 감독님은 자책을 많이 했다. '내가 영화를 못 만들어서 그런가? 미안하다'는 말씀을 많이 했다. 얼마 전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감독님이 좀 눈가가 촉촉해지셨다. 다들 감독님께 영화가 좋았다고 하고 잘 봤다고 하니깐 그때 감독님도 안심을 하셨던 것 같다."

-꾸준히 작품을 하며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배우는 하면 할 수록 매력적인 직업인가.
"여전히. (웃음) 연기는 아직도 목마르다. 잘하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해서 더 잘하고 싶다. 연기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배우가 부럽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보면 그들처럼 하고 싶다. 요즘엔 성장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직업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

-배우 활동을 한 뒤 god로서 무대에 오르니 감성이 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젠 무대에서 더 이상 눈치를 안 본다. 옛 식구들을 만난 느낌이었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져서 감사했다. 배우 윤계상을 좋아하는 팬들은 캐릭터나 작품을 좋아해서 같이 좋아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가수 윤계상을 좋아해주는 팬분들은 정말 내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이다. 그런 게 참 기적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뭐라고 내 모습을 보고 사랑해주실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리장성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걸 사람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감히 만든 순서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하지 않나. 팬들이 제게 주는 사랑도 그런 느낌이다."

-JTBC 새 금토극 '라스트'도 준비 중이다.
"상남자 역이다. 웹툰을 좋아했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와 작품을 만났다. 같이 출연하는 이범수 선배님과의 호흡도 좋다. 칼과 주먹다짐만 안 했지 연기할 때 눈에서 살기가 나온다. 남자들끼리 연기하다 보면 피터지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 그런 데서 희열도 느낀다. 오글오글 거리는 로코물 보다 이런 작품이 더 끌린다."

-'소수의견'처럼 존중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 사회의 뿌리와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진이 형이라면 '네? 뭐라고요?'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사람이 공존하고 살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인이라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배우로서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게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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