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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연기, 혼란도 1년 연장…교육부, 남은 과제는?

입력 2017-09-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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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우선 교육부가 당초 입장을 왜 바꿨느냐,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부는 원래 어제(3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확정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초 내놓았던 두 가지 안, 그러니까 1안은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안이고, 2안은 전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이었는데요,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확정해서 발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 결정을 1년 미루겠다고 한 건데요,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해 종합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청 등 때문에 미루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인정한 건데요, 두 가지 안을 내놓은 뒤 찬성과 반대로 갈린 여론이 강하게 부딪히면서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을 잃어버린 겁니다.

[앵커]

결국 교육부가 졸속으로, 지나치게 서둘러서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중3학생들이 2021학년도 수능을 보게 되는데, 8월말까지는 개편안을 확정해서 발표해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명분으로 그야말로 밀어붙였던 겁니다.

하지만 4차례에 불과한 현장 공청회만으로는 갈라진 여론을 전혀 통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요, 교육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에서도 발표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지나치게 서두른 것도 분명 문제지만 당초 교육부가 내놓았던 개편안 자체가 문제가 많았던 것은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더 많은 비판이 나온 건데요,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1안의 경우 현행 수능과 사실상 같다고 봐야 합니다. 대입 안정성을 고려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지만 국어와 수학은 상대평가로 남겨뒀기 때문에 사교육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절대평가를 하는 과목도 최상위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에겐 학습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2안은 대학들이 정시모집을 없애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고 대학별 고사 부활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시안 발표 전부터 이런 우려가 충분히 예상됐지만, 교육부는 새 정부의 요구대로 절대평가 전환 방안을 내놓으려다가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겁니다.

[앵커]

또 하나 지적을 받는 것이 수능시험과 연결돼 있는 제도들이죠.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죠?

[기자]

네, 수능을 절대평가하게 되면 결국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도구는 학종이라고 부르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학종은 그동안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그리고 외부 활동이나 수상 경력 같은 비교과 전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여기에 학생의 생각이나 능력보다는 부모가 개입해 기록을 만드는 일까지 종종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학종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계속 했었고요, 실제로 교육부도 어제 개편안 연기를 발표하면서 학종도 손을 보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앵커]

수능 개편을 이렇게 1년 미루게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아주 클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혼란 그자체 입니다.

당장 중3학생들은 일단 현행 체제의 수능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새롭게 나온 2015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된다는 건데요. 그럼 새로운 교육과정과 새로운 교과서로 공부는 하는데 이전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을 보게 되는 겁니다.

특히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은 공부는 하지만 수능에는 나오지 않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이 과목을 학생들이 얼마나 집중할 수 있겠느냐 이런 문제가 바로 나오게 됩니다.

중2 학생들은 더 합니다. 내년부터 외고, 자사고가 일반고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중2 학생들이 거기에 해당이 되는데요. 이번에 수능이 연기되면서 새로운 수능도 봐야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중2 학생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혼란이 큰데, 1년을 미뤘으면 그만큼 더 좋은 안을 만들어야 할 텐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기자]

대입은 결국 경쟁입니다. 누군가 합격하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건데요, 교육 당국의 역할은 학생 학부모 대학 등이 납득하는 경쟁의 룰을 만드는 일입니다.

먼저 미래 수능이 대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점수로 줄을 세워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도구로 활용할지, 아니면 대학에서 공부할 역량을 갖췄는지 측정하는 용도로만 쓸지 명확히 정해야 하는 겁니다.

당락을 결정하는 역할을 유지한다면 절대평가 전환은 또다시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고요, 전면 절대평가는 변별력이 약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는 한두 과목에 학습 부담이 쏠리게 만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어느쪽도 만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혼란만 1년 더 연장시킨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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