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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권리금 덫'에 걸린 자영업자들…"억울해"

입력 2014-01-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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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존 상점이 가지고 있던 고객과 영업 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보통 권리금을 지불하게 되죠. 이 권리금을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돈이기 때문인데요.

오늘(28일) 긴급출동에서,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시 종로구의 한 중국집.

18년 째 한 자리에서 장사 중인 이 집은 그 맛으로 유명세를 타 온 종일 손님으로 북적거립니다.

하지만 신금수 사장은 가게가 성황인데도 앞날이 막막하다고 말합니다.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그전까지 보증금 6천5백만 원에 월세가 320만 원이었습니다. (보증금을) 1억에 (월세) 6백50만원에 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안 올리는 대신 1년만 하고 나가라는 거예요.]

보증금과 월세를 2배나 올리고, 변호사 비용까지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건물주의 요구에 신 사장은 결국 가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권리금도 문제가 됐습니다.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1995년에) 권리금을 1억3천5백만 원 줬고요. 그때 당시는 보증금이 2천만 원, 월세가 2백만 원이었습니다.]

18년 전, 1억 3천 5백만 원을 주고 들어 왔는데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꽤 비싼 권리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돈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새로) 들어오는 분한테 '저희가 시설비라도 받고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랬더니 (집주인이) 그건 안 된다는 거예요.]

건물주는 동생 이름으로 이미 다른 세입자에게 두 차례나 권리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들어온 분들 (다른 상가세입자들) 한테 '혹시 권리금 주고 들어오셨습니까?' 했더니 그분 (건물주 동생) 한테 8천 만 원을 주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왜 이 건물은 두 번씩이나 친동생은 권리금을 받고 나가는데 왜 저희한테는 그걸 못하게 하는가. 정말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취재진은 건물주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건물주/신 사장의 가게 임차인 : 권리금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니까요. 부동산 전문 교수님한테 여쭤보세요.]

건물주는 현재 권리금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

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과 영업 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주고받는 권리금.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권리금은 높아지고, 분쟁도 더 많이 일어납니다.

해마다 권리금이 얽힌 분쟁은 1만5000건 이상씩 접수되고 있습니다.

서울 7대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이곳의 권리금 수준은 평당 305만 원.

이곳의 권리금 갈등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홍대 인근 가게 주인 : 권리금 때문에 못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장사는 안 되는데 권리금 주고 들어 온 건 있고, 전 그냥 나가야 하는 거예요. 권리금도 못 받고.]

또 일부 건물주와 부동산업자들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홍대 인근 가게 주인 : (점포) 계약하는 것을 부동산이랑 주인이랑 짜고 매매가 안 되게 저희는 계약도 한 부동산에서 밖에 못해요. 부동산하고 주인하고 긴밀한 그런 게 많죠.]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김철호/변호사 : 권리금은 법으로 인정돼있는 권리가 아니니까 '수수료를 얼마 받아라.' 이런 게 규정이 전혀 없어요. 부동산 업자들이 사실 제일 좋아하는 게 권리금 장사라고 해요.]

현행법상 상가권리금은 보호받을 수 없는 돈.

얼마나 오고가는지 그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법적 제재가 없어 편법으로 수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철호/변호사 : 국세청에다가 문의를 해보니까 권리금은 신고된 적이 전혀 없다고 그래요. 권리금 장사를 통해서 권리금을 받는 사람도 세금을 안 내고, 또 부동산 업자도 거기서 받아도 세금 안 내고 해서 규모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죠. 사실은 지하경제예요, 지하경제.]

신 사장의 사연을 듣고 비슷한 처지의 상인들이 가게에 모였습니다.

곧 있을 강제퇴거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선민/전 카페사장 : 저도 재건축으로 쫓겨난 상인이거든요. 2년 넘게 싸워오고 1달여 동안 점거 농성하다가 타결 보고 가게 정리하자마 여기 와서 함께 지켜주고 있는 거죠.]

얼마 전 비슷한 일을 겪은 이선민 씨, 동업자와 방화동에 카페를 차렸지만 개업 8개월 만에 재건축 통보를 받고 가게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선민/전 카페사장 : 권리금 법제화 빨리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해요. 빨리 (권리금을) 약탈하는 이 행위들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떤 임시적인 장치라도 빨리하지 않으면 안 돼요.]

지난 24일, 신 사장의 가게에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몰려왔습니다. 강제퇴거를 집행하려는 용역들이었습니다.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저는 절대 이 가게에서 쫓겨날 수 없습니다. 집행관님,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함께하는 상인들의 도움으로 이번 강제집행은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신 사장.

[신금수 사장/18년간 중국집 운영 : 계속 불안해요. 두 번, 세 번 정도 (강제) 집행을 한다니까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입니다. 저는 여기서 18년 동안 보낸 세월은 모두 그냥 모래알처럼 무너져버리는 거예요.]

이 가게에서 쪽잠을 잔지도 4주 째, 그는 오늘도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불안한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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