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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

입력 2012-05-04 11:23 수정 2012-05-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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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


외국인 투수 전성 시대다. 그들의 한국 야구 점령이 가시화되고 있다.

8개 구단은 겨우내 외국인 선수 영입과 재계약에 큰 공을 들였다. 용병 농사가 한 해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타자보다는 투수가 믿음직스럽고 팀에 대한 공헌도가 크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상황.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8개 구단 16명이 모두 투수로 채워졌다. 팀에 따라 선수의 기량이나 적응도엔 차이는 있지만 그 효과가 한국 마운드 점령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수 부문 타이틀 순위를 보자. 꼭대기를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두산 니퍼트가 4승으로 다승 단독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바로 뒤를 쫓는 그룹도 외국인 투수의 세력이 크다. 삼성 탈보트과 롯데 유먼, 넥센 나이트, LG 주키치가 3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다승 8위까지 외국인이 5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에이스의 집단 침체와 맞물려 있다. 한화 류현진과 KIA 윤석민은 개막 한 달 동안 1승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6승을 거둔 두산 김선우는 승이 없다.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승 타이틀은 외국인 투수들의 다툼이 될 수도 있다.

평균자책점도 마찬가지다. 유먼이 1.53, SK 마리오와 니퍼트가 각각 1.63, 2.04으로 1~3위를 휩쓸고 있다. 주키치와 나이트도 2.43과 2.93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자랑한다. 타선 지원도 승리를 쌓는 데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만큼 투구 내용이 좋다는 의미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상위 5명 중 4명이 외국인이다. 두산 프록터가 7세이브로 부문 1위여서 다승, 평균자책점, 세이브 등 투수 주요 부문 맨윗자리는 모두 외국인 차지가 됐다.

올해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이 많이 영입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득세할 것으로 짐작한 야구 관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류현진이나 윤석민, 김선우, 삼성 윤성환, 롯데 송승준 등 외국인 투수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수가 많았고, 선수층도 국내 투수들이 외국인보다 훨씬 두꺼웠다. 외국인 투수 중엔 지난해부터 뛴 니퍼트와 주키치 정도만이 에이스급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먼과 마리오 등 소위 '로또'로 불리는 새 외국인 선수들이 금세 적응을 마치고, 검증이 끝난 외국인 투수가 제 기량을 내면서 투수 부문 지형도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수가 득세하는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니퍼트와 주키치, 마리오, 나이트 등은 팀 내 1선발로 등판 기회가 다른 투수보다 많다. 유먼은 롯데 강타선의 도움을 받고 있어 승리를 따내기 좋은 여건이다. 프록터 역시 두산이 승승장구하면서 세이브 기회가 자주 찾아오고 있다. 다승이나 세이브는 특히나 팀 성적이나 공격력과 관련이 깊다. 팀이 하위권에 놓인 윤석민이나 류현진으로선 승수 쌓기가 만만치가 않다. 예상 외로 부진한 삼성의 오승환(4세이브)도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상위권 팀 외국인 투수는 반사 이익까지 누리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투수가 한국 무대를 평정한 해는 리오스(당시 두산)가 다승(22승)과 평균자책점(2.07) 1위로 맹활약한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2009년 KIA 로페즈가 공동 다승왕(14승), 롯데 애킨스가 공동 세이브왕(26세이브)에 오르긴 했으나 외국인 투수는 끝에 가서는 조연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조연과 주연이 뒤바뀔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크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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