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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입력 2018-06-26 19:17 수정 2018-06-26 19:25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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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 쏟아지는 비가 먼지도 씻어주는 거 아니야?

지난밤은 고역이었다. 날씨는 후덥지근한데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때문에 문을 열수가 없었다. 수치가 '나쁨' 수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새벽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룻밤만 참으면 된다. 비가 내리면 먼지도 씻어줄 테니까.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아침에 눈을 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반갑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했다. 미세먼지 수치는 보통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왜 좋음이 아니라 보통이지? 게다가 초미세먼지는 여전히 나쁨이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초미세먼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데 공기 중에 있는 먼지들이 씻어지지 않는 건가. 정말 이상하다. 작은탐사, 소탐해봐야겠다.

 
■ 비 오는데 초미세먼지는 그대로? 나만 궁금해?

나만 궁금해? 나만 이상해?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외국에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내리면 초미세먼지가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지 않은가. 상식적이었다.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궁금해하는 이들은 많은데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근거 없는 추측들뿐이었다. 소탐본능을 발동할 때다. 국내외 논문을 샅샅이 뒤졌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러다 딱 맞는 논문을 찾아냈다.


■ 미세먼지 '끝판왕' 중국에서 단서를 찾다

미세먼지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국에서다. 중국 청두대와 란저우대 기상과학대에서 지난 2012년 내놓은 논문이다. 비가 올 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해보자.

먼저 간략하게 실험조건을 보자. 중국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에서 실험이 이루어졌다. 란저우 대학 옥상에 측정기를 설치하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먼지 크기별로 모두 데이터를 모았다(PM10, PM2.5, PM1).

 
■ "비 내려도 초미세먼지 거의 안 사라진다"

이제 결과를 보자. 비가 오면 과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세먼지는 그렇고 초미세먼지는 아니다. 그래프를 자세히 뜯어보자.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크기가 PM10보다 작고 PM2.5보다 큰 미세먼지는 내리는 비의 양이 많을수록 줄어들었다. 씻어내려갔다는 거다. 반면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그렇지 않다. 3시간 동안 비가 1mm 이상 내리기 전까지는 오히려 초미세먼지는 늘었다. 저기압 때문에 먼지가 대기 중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1mm 이상 내려야 그나마 조금 초미세먼지 수치가 내려갔다. 실험 최대치인 3시간에 10mm 이상 내리는 조건에서조차 PM1.0은 5% 정도 수치가 떨어질 뿐이다.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다.

 
■ "그나마 소나기가 초미세먼지 씻어준다"

내리는 비의 형태에 따른 결과도 보자. 일반 비와 소나기로 나눴다.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그래프를 보면 그쳤다 퍼부었다 하는 소나기가 그나마 초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거로 나타났다. 단 실험 최대치의 비가 올 때만 효과가 있었다. 그보다 적게 오면 의미가 없었다.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일반 비는 경향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가 무의미했다.

 
■ 빗방울 간격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악마의 분진'

비가 쏟아지는데 왜 공기 중 초미세먼지는 씻어내리지 못하는 걸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논문에서 이유를 찾아봤다. 크기가 0.1~1.0㎛ 사이에 있는 초미세먼지는 물에 잘 씻겨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의 해석이 필요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이를 '악마의 분진'이라 불렀다. 보통 서울시 공기에는 각설탕 부피 속에 수만 개 초미세먼지가 존재하는데 빗방울 사이의 간격이 초미세먼지 사이의 간격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빗방울이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데리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못한다는 거다. 그만큼 초미세먼지가 작다는 이야기다. 초미세먼지야 말로 진정한 '비 사이로 막가'였다.
 

■ 초미세먼지, 인체에 더 위험하다

'악마의 분진'의 해악에 대해 잠깐 짚어보고 가자. 김 교수는 트럭 먼지를 예로 들었다. 트럭이 비포장도로를 지나간 후 흙먼지가 날려도 잠시 후 다시 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흙먼지의 크기가 커서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기가 0.1~1.0㎛ 사이에 있는 악마의 분진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공기 중에 몇 주간 떠다닐 정도로 체류시간이 길다. 공기 중 체류시간이 길면 인체 노출 시간도 길어진다. 인체 위해도는 노출 시간과 오염물질의 농도를 곱해 계산하기 때문에 위해도는 크게 증가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 "미세먼지도 비에 다 씻겨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입자가 상대적으로 큰 미세먼지, PM10은 비가 다 씻어 내려주는가. 연구를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그래프를 다시 보자.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조건에서도 전체 미세먼지의 감소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미세먼지 10개 중 7개는 공기 중에 그대로 있다는 거다.
 
이는 2013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10년 치 전국 기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일강수량 100mm 이상일 때 미세먼지가 52% 사라졌다. 비가 억수로 퍼부어야 그나마 절반 정도 사라지는 거다. 이보다 적게 내리는 대부분의 경우엔 미세먼지가 훨씬 적게 사라진다.
 

■ 비 내려도 사라지지 않는 초미세먼지

위에서 살펴본 중국의 연구를 국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기후 및 대기환경이 우리와 다르고, 2년간 연구를 진행했지만 비가 많이 오는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통계적으로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오늘 나는 비가 오는데 초미세먼지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확인했고, 이유가 궁금해졌다. 국내에선 연구가 없었다. 그래서 초미세먼지의 대장 격인 중국에서 논문을 뒤졌다. 그리고 비가 내려도 초미세먼지는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빗방울의 간격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작아서 씻어내리지 못한다는 놀라운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비도 씻어내리지 못하는 초미세먼지.
명색이 소탐대실인데 작은 탐사 '소탐'은 했어도, 큰 결실 '대실'은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소탐대실 끝' 대신 '소탐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송민경

 
[소탐대실] 초미세먼지, 비 와도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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