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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비만 오면 악취…'200억 헛돈' 수변공원

입력 2017-08-17 22:18 수정 2017-08-1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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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가 좀 많이 왔다하면 물이 넘치고, 산책로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는 수변공원이 있습니다. 조성된 지 6년이 다 되어가는데, 공원을 만든 기관과 관리를 이어받아야 할 지자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수변공원입니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2011년 만든 공원인데요. 제가 서 있는 곳은 강물 바닥에 있던 침전물이 비가 많이 내리면서 넘어온 곳입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침전물의 상태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흙은 이런 밝은 갈색을 띠는 반면에, 여기 쌓여있는 침전물은 굉장히 시커먼 색이고요. 제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면 하수구 악취 냄새가 납니다.

갯벌처럼 쌓인 이 물질의 정체는 각종 쓰레기가 하수 처리 과정에서 먼지와 물과 섞여 걸쭉해진 침전물입니다.

배수로로 쓰이던 한류천 상류를 공원으로 만들면서 하천 바닥에 있던 것들이 비만 오면 산책로로 넘어온 겁니다.

이 산책로에 쌓인 침전물의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제가 두 손으로 가득 퍼 올려도 아직 많이 남아 있고요. 처음에 왔을 때는 산책로가 오래돼서 색깔이 변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긁어내 보니까 악취와 함께 원래의 색깔이 드러납니다.

수질정화시설에서 깨끗한 물이 공급되고는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물속에 카메라를 넣어보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설 관리 상태도 엉망입니다.

공원 한쪽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일반 화장실 문은 잠갔고요. 제 뒤쪽으로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가까이에서 보여 드리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지저분한 상태입니다. 반대쪽에는 돌아보면요, 산책로가 다시 나오는데 이렇게 출입을 통제하는 띠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요. 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목재로 만든 바닥 곳곳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습니다.

썩은 나무는 발길이 닿기 무섭게 부러지고, 끝으로 날카로운 못이 튀어나옵니다. 시설물 여기저기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쓰레기와 구분이 안 되는 안전띠로는 사람의 접근을 막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원 한쪽 끝에 있는 또 다른 산책로입니다. 제 양옆으로 보이는 것처럼 안전을 위해서 이렇게 튼튼한 유리를 설치했는데, 그마저도 없는 구간들이 있습니다. 이 아래를 보면요. 유리 조각이 떨어져 있는데요. 아마 깨져서 없어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쪽은 물 상태가 어떨까요? 이렇게 떠보면 아까보다는 투명하긴 하지만 여전히 악취가 진동합니다.

수년째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주민들의 발걸음도 끊겼습니다.

[이동주/경기 고양시 탄현동 : 지금은 치워졌는데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주변만 둘러보셔도 비닐이라든가, 동물 배설물이라든가…]

경기도가 270억원을 투입한 공원이 제구실을 못하자, 관리를 맡기로 했던 고양시는 4년 넘게 인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전문 기관이 1년 여의 연구 끝에 개선책으로 제시한 공사비용은 218억원.

현재 공원을 운영하는 경기도시공사는 JTBC에 보낸 서면에서 고양시 등과 비용 분담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으며, 시설물은 올해 안으로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원을 제대로 고치려면 앞으로 투입된 만큼의 사업비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결국 잠깐의 이익만 내다보고 성급하게 만든 이 공원은 이제 비만 오면 오물이 넘쳐나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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