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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중국…G2 무역갈등, 불씨 안은채 수면 아래로

입력 2018-05-20 15:38

무역불균형 해소 실효성 의문…"중 '2천억 달러 목표치' 공동성명 명시 거부"

중국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확대…트럼프 '정치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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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불균형 해소 실효성 의문…"중 '2천억 달러 목표치' 공동성명 명시 거부"

중국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확대…트럼프 '정치적 성과'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두 차례 고위급 무역 담판 끝에 중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대미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하며 무역 전쟁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가까스로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채 선언적인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불씨를 안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공동 성명을 보면 중국이 미국에 백기를 든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수입 확대를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크게 줄이기로 양보하면서도 '2천억 달러'라는 목표치를 거부함으로써 실리를 챙겼다. 또한, 그동안 미국이 난색을 표해왔던 미국의 에너지와 첨단 기술 제품을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일정 부분 이익도 챙겼다.

미국 또한 대중국 무역 적자 축소라는 실질적인 이익과 함께 세계 최강국의 자존심도 지켰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 선거와 내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미국 최고 지도자들이 이룩하지 못한 '대중국 적자 대거 축소'라는 성과를 이뤄냄으로써 향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정국을 주도하는데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中 "흑자 줄이고 지재권 규정 개정"…美 압박에 한발 물러서

공동선언문 자체만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을 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무역 전쟁의 초반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 협상은 크게 두 가지를 겨냥했다.

연간 3천7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사실상 반토막 내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전자가 무역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개념이라면, 후자는 글로벌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겨냥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합의문에는 이들 사항이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 담겼다.

양국 대표단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폭 줄이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상품·서비스 구매를 상당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미국의 수출확대 품목으로는 '농산물'과 '에너지'를 명시했다.

앞서 중국 대표단은 미국 측에 항공기·반도체·천연가스·농산물 등 '쇼핑리스트'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제시한 쇼핑목록 가운데 최첨단 품목들은 공동성명에서는 빠진 셈이다.

그러나 중국 무역 대표단을 이끈 류허(劉鶴) 부총리는 "미중 양국이 에너지와 농산물, 의료, 첨단기술 제품, 금융 등의 영역에서 무역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공동 성명에 언급됐지는 않지만 미중간에 수입 및 수출 확대를 위해 적지 않은 뒷거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견제 장치도 원칙적인 수준에서 언급됐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가장 중시하겠다"면서 "중국은 특허법을 포함해 해당 분야의 법·규정에 대해 적절한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미국산 수입 확대가 중국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고 에너지 수입 등을 통해 공급원 다변화 등이 가능해졌다며 중국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음을 선전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미 연합 성명 가운데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폭 줄이기로 했다'는 대목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무역 협상에 승리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협상의 핵심은 미중 무역 균형과 협력 강화에 있다"며 중국이 협상에서 백기를 든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체성 결여된 합의문…'중국제조 2025' 뇌관 여전히 불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며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이대로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언제라도 살아날 수 있는 갈등의 불씨가 적지 않다.

미국 실무팀이 중국을 방문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단기간에 중국의 대미 흑자가 대폭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무역 불균형은 '소비대국' 미국과 '글로벌 생산공장' 중국의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미국의 생산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미 '완전고용'을 바탕으로 미국의 잠재성장력은 '완전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비교적 저가인 '농산물'과 '에너지'만으로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대폭 감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대두(콩)에서 50억 달러, 천연가스·석탄·원유 등 화석연료에서 90억 달러가량 수출증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고가의 최첨단 IT·항공기 및 방위산업 제품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치(2천억 달러)까지 대중 수출을 확대하는 건 애초 비현실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공동합의문에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은 무역 흑자 감축의 숫자를 명시하자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강하게 버텼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브레드 세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수학적인 결과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농업·에너지 업계에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 무역갈등이 재발할 여지는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최첨단 산업진흥책인 '중국제조 2025'가 이번 협상의 의제에서 배제된 것도 잠재적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당국의 '중국제조 2025'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해왔지만, 중국은 전혀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WSJ은 "핵심적인 이슈들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면서 "미·중 대표단 모두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핵심 현안들을 미뤄두면서 일단 생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미니딜'에 주력했다"고 전한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공동 성명을 통해 미중 양측이 모든 요구를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양국 간에 최악의 국면을 피하고 안정적인 관계로 가자는 공동 인식을 확인하면서 최대의 공통 분모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양측간에 무역 균형 폭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실무 논의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로 봉합에 성공했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수면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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