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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3년은 죽음의 땅…'과일나무 전염병' 과수화상병

입력 2020-06-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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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8일) 밀착카메라는 과수원을 헤집어놓고 있는 나무 전염병을 취재했습니다. 치료 방법도 없는 '과수 화상병'이라는 게 올해 유독 심했는데요. 과일나무가 불에 탄 것처럼 변하고 농민들 마음도 타들어 갑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아직 다 익지도 않은 열매가 거무스름하게 썩어버렸습니다.

주변에 있는 잎들은 모두 말라 비틀어져 버렸습니다.

과수 화상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곧 있으면 이 넓은 과수원이 문을 닫고, 나무를 모두 뽑아서 묻어버릴 예정입니다.

세균성 전염병인 과수 화상병은 불에 탄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지는 힘없이 말랐고, 열매는 검게 변했습니다.

[박만규/사과 재배 : 뭐 막 퍼지는데. 이렇게 이제 과일 달린 데가 먼저 죽어.]

한 번 걸리면 서서히 죽어갑니다.

[박만규/사과 재배 : 화상병 판정을 받고 잠이 안 와. 농사가 다 된 건데. '썸머킹'(사과 품종) 같은 건 한 달 있으면 다…]

옆 마을은 거대한 공사장처럼 변했습니다.

한창 사과가 자라고 있어야 할 곳엔 흙만 쌓였습니다.

주변으로 중장비 움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 뒤쪽에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무들을 모두 구덩이에 파묻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뒤쪽뿐만 아니라 제 바로 앞에도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버렸습니다.

병이 발생하면 3년은 다시 나무를 심을 수 없습니다.

[이원일/사과 재배 : 나는 다시는 못 심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심을 수가 있지. 3년 지나고 나면.]

그때까진 빈손입니다.

쉼 없이 움직이는 굴착기만 바라봅니다.

이 마을 과수원 190개 중 10개만 남기고 모두 확진됐습니다.

병이 점점 확산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방역복을 입고 검사를 나섭니다.

[농민/사과 재배 : 여기는 안 그랬었는데. 여기도 어제까지.]

검체를 채취해 키트에 넣고 진단합니다.

[견민성/충주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양성이면 두 줄이 뜨고 음성이면 한 줄이 떠요.]

양성입니다.

[견민성/충주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두 번째 밑에 떠 있는 게 보여요, 지금.]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견민성/충주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3년 동안은 지으실 수 없는 거 아시고… 방제명령서 떨어지면 10일 내로 매몰 완료돼야 해요.]

[농민 : 진짜 아까운 나무들 이거. 공 많이 들였는데. 내가 심은 건데 10년 넘었어.]

출입 금지 팻말이 설치되고 과수원은 폐쇄됩니다.

[육천수/사과 재배 : 한 지역을 다 메웠으면 이런 뒷북은 안 칠 텐데.]

한 그루만 걸려도 모두 묻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턴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과수원 내 5% 미만이 걸렸다면 소유주와 방제관의 의견에 따라 병 걸린 나무만 제거할 수 있게 했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 작년 같은 경우에는 가짓수가 많지 않았어요. (전체를) 매몰하는 건 소유주로서도 아깝기도 할 거고. 현장 의견도 반영하고 전문가 의견도 반영하고 저희가 지침을 바꾼 거고요.]

하지만 올해 갑자기 대규모로 병이 확산되면서 바뀐 기준으론 대처가 어려워졌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병은 강원도와 경기도까지 퍼졌습니다.

배밭에도 중장비만 요란합니다.

취재진도 소독을 하고 밭을 살펴봤습니다.

시설물 철거가 한창인 과수원입니다.

제 발 아래에는 이렇게 불에 탄 것처럼 변한 나뭇잎이 떨어져서 나뒹굴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면, 가지 전체가 불에 그을린 것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방역 작업은 끝이 없습니다.

[임성재/방역업체 관계자 : 이번에 여기까지 7~8군데 돼요. 동서남북으로 왔다 갔다가 번지니까 계속해야 돼요.]

자르고 묻는 게 일이지만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임성재/방역업체 관계자 : 이것 키워서 자식들 다 가르치고 했던 분들인데, 땅속에 묻으니까 토지주들도 싫어하시지.]

농가들은 최소한의 보상책을 마련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진흥청은 일단 매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 올해는 또 다르게 발생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농가분들이 과원 폐원하는 걸 요구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당장은 매몰이고요. 농가 신고도 유도하고.]

한 그루를 키우는 데 7년, 과수 화상병이 걸려서 3년간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사과 한 개를 수확하는 데 총 1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염병에 좌절하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 병 확산 방지와 보상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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