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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사소한 자들의 역사…작습니까?'

입력 2018-08-01 21:53 수정 2018-08-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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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은 매우 사소한 공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02년 한 기계설비회사에서 일하던 25살의 신입직원은 거래처인 출판사의 고민을 듣게 됐죠.

한여름의 무더위와 습기 탓에 종이에 변형이 생겨서 도저히 인쇄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청년은 고민 끝에 이 난제를 해결할 기계장치를 고안해 냅니다.

냉매를 이용해서 온도를 낮추고 습기를 제거하는 물건…

그렇습니다.

에어컨의 시작이었습니다.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 발명가 (1876~1950)'

매우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젊은 기술자는 세상을 어마어마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를 뒤집은 많은 사건들 역시 사소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 마리 앙투아네트 (1755~1793)

와전됐다는 설은 있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세상 물정 모르는 한마디가 프랑스 대혁명을 부채질해서 왕정을 무너뜨렸고, 20세기 역사의 분수령이었던 1905년 1차 러시아 혁명도 어느 공장에서 노동자 몇 명을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 발단이 되어서 본격화됐다는 사실…

뭐 좀 거창하게 사건들만 예를 들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모두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 엄청난 변화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말하자면 그 커다란 변화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해야겠지요.

일반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다.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출되지 않았으나 시민의 신뢰와 존중을 받았던 권력…

그들은 세상을 자신들의 밑에 놓고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사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자격지심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법치주의 국가의 법정.

 

작습니까?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에서 젊은 판사는 그렇게 질문합니다.

작은 사건을 하찮게 여기는 관행에 대한 일침이었지요.

 

그게 작다 하시면 그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큰 구조가 되는 것 아닙니까?

- JTBC 드라마 < 미스 함무라비 >

그는 그렇게 반문했습니다.

폭염 기록을 갈아치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법원의 에어컨은 돌아갈 텐데…

혹여. 

보기에 하찮은 사건을 대하게 되더라도…

저 에어컨이 어떻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됐고,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는지를 생각하시길…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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