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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양재동 전면금연' 한 달…흡연자도 주민도 불만

입력 2020-12-0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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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서초구에선 지난달부터 구청이 있는 양재동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흡연구역으로 정한 몇 군데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했습니다. '시민 건강권이 먼저다, 아니 흡연자는 인권도 없냐' 이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일단은 계획한 대로 잘 되고 있는지, 흡연구역을 정하고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지 밀착카메라가 둘러봤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제 뒤로 양재동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데요.

이미 한 달간 운영을 해본 만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또 흡연구역에 대한 설치와 운영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금연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영식/비흡연자 :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해야지. 그렇게 제재가 안 가해지면 잘 이행이 안 되잖아요.]

[A씨/비흡연자 : 그게 제일 싫었던 것 같아요, 걸어 다니면서 담배 피우는 분들. 아무래도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흡연구역에서만 피워야 하니까 그건 훨씬 좋죠.]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B씨/흡연자 : 담배 피우는 게 죄지. 바깥에 나가서 담배 피우거나 걸을 때는 진짜 조심스러워요. 어디가 흡연이 허용되는 구역인지 찾아봐야 하고.]

이면도로가 사유지들과 맞닿아 있어 애매하다는 겁니다.

[C씨/흡연자 : 흡연구역을 정해 놓더라도 어쨌든 길바닥에서 피우게 할 거잖아요? 무슨 효과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빽빽한 공간 안에 대책 없이 시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죠.]

서초구청이 마련한 흡연구역은 모두 30곳입니다.

그런데 흡연자들이 그 위치를 잘 모릅니다.

[조민철/흡연자 : (여기 근처에 흡연공간이 있나요?) 그거 없는 것 같은데요? (없어요?) 구나 그런 데서 지정해준 그런 공간은 없는 것 같은데…]

흡연구역들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이곳은 서초구청이 흡연구역으로 설정해둔 곳인데요.

와보면 담배꽁초를 버리는 쓰레기통도 있고 사람들이 꽁초를 버린 흔적도 보이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입구를 모두 막아뒀습니다.

그렇다 보니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선 꽁초를 그냥 바닥에 버리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곳에 흡연구역 표시도 전혀 없는 데다가 또 이 쓰레기통 위에는 흡연 금지라는 글씨까지 쓰여 있어 사실상 흡연구역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접 건물과 협의 없이 정했다가 민원이 발생해 사용을 못 하게 된 겁니다.

[흡연구역 인접 건물 관리인 : 담배 연기가 엄청나게 나는가 하면 여기 흡입구 통해서 노래방 같은 데 소방 벨 있죠? 그런 게 막 울리고 그랬다고. 거기다 설치해 놓으면 안 되는데.]

이곳도 서초구청에서 지정해둔 흡연구역인데요.

보시다시피 옷체통, 그리고 이런 재설자제 도구함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쪽은 또 어떻게 된 사정인지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성규/흡연구역 인접 사업장 운영 : 여기가 흡연구역이면 이렇게 문 열고 일할 때 담배 연기 여기로 다 들어오잖아요. 저는 안 된다고 했고, 반대한다고 했는데…]

흡연구역 지정부터 하고 나중에 허락을 구하거나 처음부터 흡연구역에 맞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이곳은 오히려 상습 흡연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라고 해서 금연을 요구하고 있는 곳인데요.

이런 곳에다가 흡연 구역을 설치한다고 하니 당연히 주민들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아예 흡연 구역을 설치조차 못 한 경우입니다.

[정영훈/식당 운영 : 발표한 다음에 준비한다, 이 말이야. 금연구역을 발표해 놓고 이제 그때 설치를 해. 임의대로 설치해 버리고 한 것 같아.]

흡연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D씨/흡연자 : 흡연구역 노란색 마크가 있었어요, 빨간 글씨로. 그런데 며칠 사이 지워 버렸네요? 배려는 없이 무작정 지정했으니까 지켜라 이런 강요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들어요.]

취재진은 흡연구역 30군데 모두를 돌아봤습니다.

큰 도로를 중심으로 17곳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8곳은 흡연구역 설치를 못 했고, 5곳은 관리가 부실하거나 취소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흡연구역이 자신의 집이나 가게 앞에 생기는 걸 원치 않아 흡연구역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서초구청은 다음 달부터 직접 단속에 나섭니다.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금연구역 지정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죠.

흡연자들도 금연구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흡연자 역시 법규만 잘 지킨다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시민입니다.

금연구역을 무한대로 확대하고, 흡연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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