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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악취·석면에 둘러싸여…고통받는 한센인 마을

입력 2018-10-01 21:37 수정 2018-10-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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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의 여수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환자들이 악취와 석면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오히려 병을 더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한센병 치료에 평생을 헌신하고 순교하신 손양원 목사님의 기념비입니다.

한센병 치료를 위해 왔던 환자들이 동네에 정착하면서 한센인 정착촌 '도성마을'이 생겼습니다.

1928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한센병 치료 병원, 여수 '애양원'입니다.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이 땅을 일구며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나점균/마을 주민 : 소록도를 가서 거기 조금 살면서 여기가 좋다. 그래서 여기로 옮겨왔지.]

한센병 환자 격리규정은 지난 1963년 폐지됐지만, 이후에도 마을 밖을 오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점균/마을 주민 : 74년도에 오니까 철조망 있더라고. 어디서 왔느냐 꼬치꼬치 물어서 누구 집에 찾아온다. 그러면 들여보내고 그랬어요.]

하지만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심각한 악취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돼지나 닭 등을 길렀는데 공간이 없어 가정집 사이사이에 축사를 지은 것입니다.

한센인 2세나 3세들은 놀림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한센인 2세 : 진짜 친한 친구였거든요. 근데 친구가 (냄새난다) 딱 그 이야기를 하는데 나한테서 냄새나는 것보다 얘는 나를 그런 눈으로 봤구나…지금도 애들 별명이 똥장군같이 그런 별명.]

처음 정착했던 한센인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사육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폐축사가 방치된 채 남아있거나 축사를 산 외지인들이 대규모로 축사를 확장하면서 문제가 심해졌습니다.

실제 지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주변은 폐축사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이 뒤쪽에는 지금 돼지를 기르고 있는 농장도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축산 오폐수들이 집 벽을 따라서 그대로 흘러내리고 있는데요.

이것이 오랫동안 고여 있다 보니 악취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박지성/마을 주민 : 아휴 말도 마십시오.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집에 들어오기가 힘들 정도로 그렇게 냄새가…]

돼지 축사에서 흘러나온 오수가 하수도로 흘러갑니다.

마을의 하수관로마다 축사에서 그대로 흘러온 오폐수가 고여있습니다.

공동 처리장은 정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패한 부유물이 둥둥 떠있습니다.

이런 오수는 바다로도 흘러들어가 주변 갯벌도 썩어가고 있습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주민들은 빨래도 널지 못할 지경입니다. 

[박정숙/마을 주민 : 빨래는 날마다 돌려요. 소용없어요. 빨래도 밖에 못 널고 전부 집 안에 저 방에도 마음껏 널려있거든요.]

이곳 도성마을에는 유난히 회색 지붕이 많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만들어진 슬레이트들인데요.

오래된 축사들이 미처 지붕개량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석면 슬레이트 사이사이에는 일반 가정집도 섞여있습니다.

깨진 석면 슬레이트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슬레이트만 철거하는데 80억 원이 예상됩니다.

축사는 주택과 달리 석면 슬레이트 철거비 지원이 안됩니다.

주민들은 이런 석면과 여수산업단지에서 불어오는 유해물질이 건강을 위협한다고 말합니다.

[박정숙/마을 주민 : 많이 돌아가셨어. 돌아가실 때 보면 전부 암. 우리 아기 아빠도 61세에, 30~40대 이런 사람들도 많고…]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마을 주민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한센인 2세 : 한센인이잖아요. 그러니까 외부로 나가는 것보다 움츠러드는 게 더 익숙하세요.]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현장조사를 마치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힘들게 일군 마을에서 이주만큼은 원치 않는 상황.

외부와는 철책으로 가로막혀있던 마을에 정착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이곳에서 이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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