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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검은 코끼리는…강에 살고 있었다'

입력 2018-07-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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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백조는 희다' 거부할 수 없는 명제…

백조라는 말 자체가 하얗다는 의미이니까 그것은 분명 거부할 수 없는 명제이지요.

마치 '학생을 자녀로 둔 사람은 학부모이다' 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 거부할 수 없는 명제는 이미 오래전에 깨졌습니다.

수천 년 동안 백조는 하얀 고니였지만 18세기에 호주에서 검은 고니, 즉 블랙 스완이 발견되면서 통념은 여지없이 깨진 것입니다.

그 후로 검은 고니…

즉 블랙 스완은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일어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여 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방 안의 코끼리…'

누구에게든 뚜렷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커다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모른 척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어제는 요즘 법원 내에서 이 '방 안의 코끼리' 논쟁이 한창이라는 소식도 전해드렸습니다.

 

즉, 사법 농단이라는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려 들지 않는 상황을 빗댄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무엇일까요?

"검은 코끼리가 온다"

몇 년 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검은 코끼리란 '블랙스완'과 '방 안에 있는 코끼리'의 합성어였습니다.

즉,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사건이면서 동시에 누구의 눈에든 너무나 잘 보이는 것인데, 모두가 모른 척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검은 코끼리라고 말한 것은 바로 무분별한 환경 파괴였습니다.

그는 이미 지구상에는 검은 코끼리가 떼 지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지요.

물론 우리 땅에서도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에 몸을 불린 검은빛의 생명체…

검은 코끼리는 우리의 강물 한가운데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걸쭉한 초록빛으로 뭉그러진 4대강.

네 번째로 진행된 감사결과에 따르면 그 사업은 애초부터 해서는 안 될 공사였습니다.

물이 오염되어서 치유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사결과가 이미 나왔지만…

"그런 내용을어떻게 보고하느냐"
 -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
 -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눈을 감고, 귀를 막았던 당국의 책임자는 이미 선명히 보이는 코끼리를 보고도 보이지 않는다 말했고.

결국 그 검은 코끼리를 태어나게 하는 데에 들어간 돈이 무려 24조 원.

이 돈을 포함해서 50년 간 그 코끼리를 먹여 살리는 데에 들어가는 돈을 따져보니 대략 31조 원.

그리고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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