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쉬지 않고 연달아 하는 이 경기는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해서 철인 3종 경기라고 불립니다. 진짜 철인이 되고 싶었던 꿈 많은 스물두 살 선수가 폭력에 힘없이 스러져간 과정을 남겨진 가족들은 아프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폭행과 성희롱 직접 마주해야 하는 폭력도 두려웠지만, 최숙현 선수가 더욱 힘들어했던 건 선수들이 서로를 해치게 만드는 분위기였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오빠 : 남자선수가 방에 들어와서 짐을 뒤지고…이해가 안 가고.]
제발 숨 쉬게 해달라, 그만하고 싶다, 서러움을 꾹꾹 눌러 쓴 일기장.
훈련에선,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 계속됐습니다.
[팀 닥터 : 뭐야? 네가 못 맞아서 얘가 대신 맞는 거다 알겠나? 응? 얘 죄 없다]
[최숙현 : 네. 제가 맞겠습니다.]
가족들은 혼자 마음에 묻고 떠난 아픔에 미안해하며 지금도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오빠 :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운동 그만두고 (싶다…) 더 들어줄걸, 극단적 선택 할 때까지 무엇을 했나 자책감도…]
청와대에서, 문체부에서, 국회에서도, 최 선수를 돌아보고, 앞으론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던지고서야 세상이 떠들썩해진 게 씁쓸하지만 지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또 다른 숙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여달라 호소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 오빠 : 다음에 이런 일이 있더라도, 있어서는 안 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한 행동들을 보여줬으면…]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