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고문 안 했다" 재심서 위증…전 안기부 수사관 실형 선고

입력 2020-06-25 21:14 수정 2020-06-26 15:4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전두환 정권에서 노동운동가를 고문했던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에게 34년 만에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고 심진구 씨' 사건에 증인으로 나와서 "고문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거짓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도성 기자입니다.

[기자]

안기부 수사관이었던 구모 씨는 지난 2012년 고 심진구 씨의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심씨를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인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1986년 노동운동가였던 심씨는 안기부에 불법으로 구금돼 고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구씨는 심씨를 고문한 적도 고문당하는 걸 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씨는 지병으로 숨졌고, 지난해 유족은 구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법원은 구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씨가 고문해 놓고도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4년 동안 사과나 반성 없이 법의 심판을 피하려 했다", "70대 고령이고 지병도 있지만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고 심진구 씨 유족 : 못 보고 떠나셨어요. 굉장히 뻔뻔하게 재판에 진술하고 남편이 분노하고 돌아가시기 전에 '저 사람 (처벌)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경찰 고문 기술자 이근안, 국군 보안사령부 고문수사관 고병천에 이어 안기부에서도 고문이 자행됐다고 법원이 인정한 겁니다.

[이명춘/변호사 : 안기부에 있는 수사관들도 수사하면서 고문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것이 법원에서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한데, 국가 폭력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밝혀져서…]

구씨는 처벌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 '고문 가해자' 몽타주 그렸지만…공소시효에 발목
 
[앵커]

안기부에서 고문을 한 가해자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책임을 물은 건 고문이 아니라 거짓말입니다. 고 심진구 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을 고문한 사람들의 몽타주까지 그리면서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공소시효 때문에 수사와 처벌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지혜 기자입니다.

[기자]

고 심진구씨가 생전에 그려 놓은 몽타주입니다.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4명이 고문 가해자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속된 구모 씨는 고문한 사실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한 죗값만 받았습니다.

[고 심진구 씨 유족 : 저희와 반대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는 거잖아요. 고문에 대한 걸로 했으면 더 중대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위증죄로 해서 조금 아쉽죠.]

현행법상 공무원이 불법체포나 불법감금을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이들의 공소시효는 한참 지나버렸습니다.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해서라도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행 법은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법 행위를 한 경우 국가가 구상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문의 피해자들은 국가가 저지른 폭력 사건에 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명춘/변호사 :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시효 없이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라는 사고를 하고… (향후)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그런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길인 것 같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박지혜)

관련기사

전두환 현판·동상 잇따라 철거…고향땅 기념공원도? 남영동 대공분실서 '6·10 기념식'…민주유공자에 첫 훈장 언론 옥죄던 전두환 정권 '보도지침' 원본 584건 첫 공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