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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자원개발, 걸음마 뗀 수준…"20년 내다보고 투자해야"

입력 2016-05-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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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자원개발, 걸음마 뗀 수준…"20년 내다보고 투자해야"


주먹구구식 해외자원 개발과 저유가 등으로 우리나라 자원개발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에너지안보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야심차게 해외로 진출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거나 오히려 투자비만 갉아먹는 짐으로 전락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이해가 적었고, 현지 사정도 녹녹치 않았던 탓이다. 사실상 준비없이 등떠밀리듯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실패는 자명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준비해온 기업들에게는 운도 따른다. 포스코대우가 주축이 돼서 지난 2013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쉐(Shwe) 프로젝트는 연간 4000억~5000억원의 세전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가스전의 51% 지분을 가진 포스코대우는 이익의 절반을 가져간다. 현재까지 발견한 매장량만 놓고 봐도 향후 2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노다지'다.

◇쉐 가스전은 어떻게 '노다지'가 되었다.

포스코대우가 지난 1997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따낸 '쉐(Shwe) 가스전' 개발 과정은 그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마다 1999년 대우그룹의 경영악화로 자금줄이 막혀 자칫 그룹은 물론 가스전 개발마저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했다. 어렵사리 채권단을 설득하고, 10여 년간 쌓은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해 2000년 생산물 분배계약(PSC) 방식으로 계약까지 끝마쳤다.

하지만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2003년 말 발견한 쉐 가스전을 시추(구멍을 뚫는 일)하는 과정에서 당시 컨소시엄에 참가한 인도 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대우인터 연구진들은 미얀마 해상의 지층 구조, 지진파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에 묻힌 가스지층은 구조 트랩(산봉우리처럼 볼록하게 올라간 구조)이 아닌 층서 트랩(대각으로 뾰족하게 치솟은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래서 먼저 수직을 구멍을 뚫은 후 다시 대각선 방향으로 한 차례 더 뚫는 방식을 고안해 2단계에 걸친 시추 방식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분의 30%를 가지고 있던 인도 기업들은 반대했다. 수직 시추면 충분한 데, 2차로 측면 시추까지 나서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탐사를 계속 진행할지 기로에 선 상황. 만약 추가 시추에 실패한다면 모든 손해는 포스코대우의 몫으로 남겨지는 상황이었다.

포스코대우는 시추를 감행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후 포스코대우는 쉐 가스전 외에 쉐퓨(Shwe pyu), 미야 노스(Mya North), 미야 사우스(South) 등 가스전을 추가 확보했다.

판매처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2008년 중국 CNPC와 가스판매계약까지 체결했다. 현재 쉐 가스전과 미야 노스 가스전을 통해 연간 412만t의 가스가 생산 중이다. 이중 20%는 미얀마 지역으로, 나머지 80%는 중국 서남부 지역까지 총 1726㎞ 길이의 가스관을 타고 팔려간다. 현재까지 발견된 LNG 가스 총 매장은 8000만t.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대우의 끈기와 공기업의 역할

포스코대우 쉐 프로젝트의 성공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물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그동안 미얀마 서부해상 지역은 유망성이 없다고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970년부터 프랑스 토털, 일본 하라칸, 미국 MSCI 등이 서부해상에 7개 구멍을 시추했으나 모두 실패. 그 결과 지난 20년간 미얀마 서부해상은 외국회사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포스코대우는 이들 기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탐사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탐사 개념을 도입한 결과, 성공을 이끌어냈다.

최종빈 포스코대우 미얀마법인 석유가스운영실장(상무)은 "미얀마에서 해외자원개발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유독 서부 해양에서는 단 한 차례도 성공한 적이 없다"며 "그게 저희가 자부심을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쉐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스공사의 역할도 함께 조명된다. 현재 미얀마 가스전에 8.5% 지분 참여 중인 가스공사는 2003년 인도 기업들이 프로젝트 참여 포기 선언으로 탐사가 불투명해졌을 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가스공사도 처음에는 숙고했으나 포스코대우의 설득으로 끝까지 남아 재탐사를 지지했다.

백승돈 생산운영팀장(이사부장)은 "당시 가스공사마저 탐사를 반대했다면, 포스코대우로서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가스공사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가야"

자원개발은 아직 국내 업체들로선 미개척 영역이다.

그동안 수많은 공기업들이 에너지안보를 근거로 들어 해외 개척에 나섰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석유 메이저들이 글로벌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자원개발=에너지안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성공사례들이 차츰 나오면서 이제 막 걸음마는 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공기업 부실에 대한 우려와 저유가 상황은 해외 자원개발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문제로 한동안 해외자원개발은 꿈도 못 꿀일이 돼 버렸다.

또 이 같은 분위기에서 성공불융자도 돈줄이 막혔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참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기업에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에 성공하면 융자 원리금과 특별 부담금을 돌려받고 실패하면 융자금 상환액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한다.

포스코대우 최종빈 상무는 "미얀마 가스전 성공은 성공불융자의 덕도 컸다"며 "하지만 최근 자원사업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성공불융자 제도는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포스코대우의 경우도 정부로부터 약 1300억원의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사업비의 70% 수준이다. 쉐 프로젝트 성공으로 정부는 포스코대우로부터 특별분담금을 수익으로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가가 많이 낮아지면서 해외자원개발 투자전략을 다시 세우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자원개발 투자는 20년 정도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데 당장 구조조정 이슈가 생기면서 향후 돈 되는 자산까지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요를 확인하고 판매처를 확보한 뒤에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원유의 경우 현물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판매 리스크 부담이 적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최근 저유가 시대에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가스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에거 80% 이상을 소비하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주로 판매처를 확보한 후에 생산을 시작한다. 가스전이 저유가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따.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의 성공률은 30%도 채 되질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요 확보 없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자원개발은 철저히 수익성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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