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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흉악범들의 '비밀의 땅'…시화호 가보니

입력 2015-04-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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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도 김하일 사건 관련입니다. 시흥 토막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하일이 시화호에 시신을 유기했죠. 그런데 이 시화호는 그동안 많은 흉악범들의 시신 유기 장소로 악용돼왔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오늘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현장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제가 나와있는 곳은 시화호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오른쪽이 서해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이고, 그 반대편 왼쪽이 바로 시화호입니다.

지금 매립지역에서도 각종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곳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에서 이번 토막 살인 사건의 시신이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또다시 시화호는 시신 유기 장소로 쓰였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지금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시화호의 면적은 56제곱킬로미터입니다.

위로는 인천, 옆으로는 시흥과 안산 그리고 밑으론 화성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시신 발견 지점은 오이도 선착장 주변. 아무도 없이 썰렁합니다.

피해자 시신의 몸통이 처음 발견된 곳입니다. 경찰이 하얀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뒀습니다. 지금은 물이 다 빠져나간 모습이지만 밀물 때는 여기까지 물살이 차오릅니다.

그래서 이 물살에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들이 보이는데, 소주병에 칫솔, 이런 페트병도 보입니다. 오랫동안 쓰레기가 방치된 걸로 봤을 때, 이곳 주변 지역에 대한 관리 역시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시화방조제를 기준으로 인천 방향은 낚시꾼과 어선의 출입이 잦지만 시신이 발견된 화성 방향은 다릅니다.

[주변 낚시객 : 조류발전소에서 물 넣었다 뺐다 해요. 그러니까 여기선 그 시간대를 잘 모르니까 사람들이 낚시를 안 해요. 물이 저쪽에서 오염된 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여기 고기는 못 먹게 되어 있어요.]

게다가 피의자 김하일이 이용한 도로는 공사차량 전용도로입니다.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대부황금로와는 달리 평소 차량 통행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엔 시신 발견 지점 바로 위에 있는 2차선 도로에 서 있습니다. 이 도로는 시화방조제를 따라 나있는 도로인데 지도 보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서있는 곳이 X 표시를 해둔 곳이고, 이렇게 12.6km 달하는 길이입니다. 한마디로 길이도 길고, 면적은 넓은데 막상 주변을 살펴보니 지나다니는 차량도 전혀 눈에 띄질 않고, 통행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을 지키는 CCTV가 한대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각종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감시할 눈이 없다는 겁니다.

[주변 휴게소 상인 : (여기 평소에는 일반인들 밑에는 안 돌아다니나요?) 돌아다닐 이유가 뭐가 있어. 사람이 일반적으로 다니는 길이 아니에요.]

시화호가 시신 유기의 단골 장소로 쓰이는 데는 또 다른 환경적 요인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화호 주변은 각종 갈대와 잡초, 수풀이 무성합니다. 범인이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몸을 숨길 수 있을 뿐더러 이런 갈대밭 사이사이 역시 시신을 유기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현역 군인의 아내 살인 사건과 2006년 이복동생 납치 살인 사건, 2007년 혜진, 예슬양 사건과 2008년 안양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 등에서도 범인들은 시화호나 그 주변을 시신 유기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여기는 시화 멀티테크노밸리 제4공구 11블럭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이번에 토막 시신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8km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이곳 역시 시화호와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여기 나와있는 건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3월 27일 이곳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머리가 없는 채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쉽게 유기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으로써 연안호, 호수와 바다가 접해있기 때문에 가장 쉽게 유기지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특성을 바로 그 지역이 가지고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는 뒤늦게 지난 7일 시화호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이곳 시화호 주변을 취재하는 동안에도 저희를 포착한 CCTV 혹은 저희를 제지하는 인원을 한번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또다시 시화호가 범죄 은폐의 장소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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