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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 2017년 5만건 추정…12년전보다 85% 감소

입력 2019-02-14 16:44

보사연, 1만명 실태조사…피임실천율·피임약 늘고 인구 감소 영향
성경험 여성 10명중 1명 낙태 경험…미혼·20대가 절반
54.6%는 죄책감 등 정신적증상 경험…여성 4명중 3명 "낙태죄 규정 형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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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1만명 실태조사…피임실천율·피임약 늘고 인구 감소 영향
성경험 여성 10명중 1명 낙태 경험…미혼·20대가 절반
54.6%는 죄책감 등 정신적증상 경험…여성 4명중 3명 "낙태죄 규정 형법 개정해야"

정부가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2년 전 조사 때보다 85% 줄어든 수치다.

또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가운데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 34만건(2005년)→16만건(2010년)→5만건(2017년)으로 감소

보사연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1천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9천764건으로 추정됐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한 건수를 토대로 1천명당 임신중정률을 계산하고, 이를 2017년 15∼44세 여성 모집단 수(1천27만9천45명)에 대입해 추정한 숫자다.

이는 2005년 조사 때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 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과거 조사 결과를 보면 2005년 인공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34만2천433건(인공임신중절률 29.8%), 2010년 16만8천738건(15.8%)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이 감소한 원인으로 피임실천율 증가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15∼44세 여성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을 꼽았다.

실제 피임 관련 조사를 보면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2배가량 증가했고, 경구피임약 복용 역시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반면 인공임신중절을 한 경우 적절한 피임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인공임신중절 당시 콘돔, 자궁 내 장치 등의 피임방법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과 같은 불완전한 피임방법은 47.1%, 피임하지 않은 비율(사후피임약 복용 포함)은 40.2%로 나타났다.

피임하지 않은 여성들 가운데 절반(50.6%)은 그 이유로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 뒤로는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 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치 않아서' 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12% 순으로 나타났다.

피임뿐 아니라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후피임약 처방 건수는 2012년 13만8천400건에서 2017년 17만8천300건으로 증가했다.

가임기 여성의 수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만 15∼44세 여성 수는 2010년 1천123만1천3명, 2017년 1천27만9천45명으로 8.5% 감소했다.

인공임신중절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또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나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9.1%, '나 또는 파트너의 부모가 인공임신중절을 하라고 해서' 6.5%,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했기 때문에' 0.9% 등의 이유가 있었다.

◇ 임신 여성 20% 인공임신중절…20대가 57.8%

응답자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7천320명(7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3천792명(38%)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성 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임신 경험 여성 가운데 인공임신중절을 한 적이 없지만 이를 고려한 비율도 10.1%에 달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을 보면 당시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고,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가 13명(1.7%) 순으로 나타났다.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 별거·이혼·사별 2.2%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횟수는 1∼7회로 평균 횟수는 1.43회로 나타났다.

방법은 수술이 90.2%(68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수술 시기는 평균 임신 6.4주로 대부분 임신 초기였다. 약물사용도 9.8%(74명) 있었지만, 이 가운데 71.6%(53명)는 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추가로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 41.7%,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32.1%, 30만원 미만 9.9% 순으로 조사됐다.

또 인공임신중절을 한 여성들은 대부분 적절한 휴식이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47.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절반 이상(54.6%)이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지만, 이 가운데 치료를 받은 여성은 14.8%에 불과했다.

인공임신중절 여성 8.5%는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의 신체적 증상을 경험했지만 43.8%만 치료를 받았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필요했던 정보로는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71.9%를 차지했다. 비용과 부작용·후유증에 대한 정보도 각각 57.9%, 40.2%로 나타났다.

◇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해야…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필요

이번 조사에서는 평소 피임 실천 행태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피임을 항상 하거나 대부분 하는 경우는 여성 본인이 63.3%, 파트너가 68.4%였으며 피임 관련 지식을 습득한 정보는 인터넷 등 언론매체(72.5%)에 집중됐다.

특히 19세 이하와 미혼의 경우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피임을 원하지 않아 피임하지 않거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19세 이하 49.2%와 미혼 41.6%는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 19세 이하 33.1%와 미혼 29.9%는 '파트너가 피임을 원하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27.1%)를 1순위로 꼽았고, '원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 교육'(23.4%) 등에 대한 정책 요구도 나타났다.

또 대다수 응답자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형법 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75.4%로 나타났다. 형법 269조 등은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으로 답했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기 임신 상황에 놓여있다"며 "성교육과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와 사회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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