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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시간표' 들고 방북하는 폼페이오, 북 '화답' 끌어낼까

입력 2018-07-03 10:14

'1년내 폐기' 시간표 제시하며 '완전한 핵 신고' 요구할 듯

영변 외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존재 여부가 뇌관…북 인정 미지수

협상결과 따라 '유해송환' 귀국 가능성…미사일 시험장 폐기논의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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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내 폐기' 시간표 제시하며 '완전한 핵 신고' 요구할 듯

영변 외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존재 여부가 뇌관…북 인정 미지수

협상결과 따라 '유해송환' 귀국 가능성…미사일 시험장 폐기논의도 주목

'비핵화 시간표' 들고 방북하는 폼페이오, 북 '화답' 끌어낼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세번째 방북길에 오르면서 북미간 비핵화 담판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북미가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화된 밑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디테일의 악마'가 숨어있는 일정표와 로드맵을 어떻게 완성해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후속협상을 둘러싼 긴장도가 매우 높아 보인다.

사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한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당초 6·12 북미정상회담 다음 주에 바로 개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담이 끝난지 23일만에서야 '지각출발'하게 됐다.

그만큼 후속협상을 앞둔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했음을 방증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하며 속도감있는 비핵화 이행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폈으나, 북한은 시간을 끌고 북중밀착을 가시화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키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으로 평양을 다시 찾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외교사령탑으로서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核) 은폐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 회의론이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방북길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미대화를 이끌어온 협상파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단 지난 주말 사이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 간 탐색전 결과를 토대로 후속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카운터파트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지난 주말 판문점 접촉 당시 나왔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백악관의 이날 발표대로 1, 2차 방북 때에 이어 이번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가장 주목할 관전포인트는 양측이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어느정도 접점을 마련할지다. 가장 중요한 첫단추에 해당하는 비핵화 일정 협상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내느냐가 앞으로 '포스트 싱가포르' 여정의 기상도를 가늠해볼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날 언급한 대로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미사일의 1년 내 폐기' 시간표를 제시하며 북한에게 '답'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측이 WMD와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며 구체적 시간표를 꺼내 들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러한 방안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전날 발언을 언급, "긍정적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고 우리는 추가 협상들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1년 내 폐기' 구상이 폼페이오 협상팀의 공식 입장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1년내 폐기 시간표'의 출발점은 '완전한 핵(核)신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표대로 비핵화가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및 보관시설, 생화학, 핵 프로그램과 관련 시설, 탄도미사일 시험장 등에 대한 '완전한 리스트'를 북한이 전면 공개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는게 미국 측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핵 신고와 관련 리스트 제출을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를 위한 일정 제안을 갖고 평양에 도착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모든 무기와 생산시설, 미사일을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부분은 최근 미국 언론이 보도한 영변 이외의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존재다. 미국 측은 정보당국의 판단을 토대로 '강성(송)' 또는 '강선' 발전소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시설을 신고하라고 북한 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이 존재 자체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미신고 시설을 북한 측이 어느 정도 숨김없이 '커밍아웃'을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협상의 판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핵신고 문제가 풀리면 가장 중요한 단계인 사찰·검증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전체 로드맵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검증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으며, 국무부도 이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final, fully verified) 북한 비핵화 논의'라는 표현을 쓰며 '검증'에 큰 방점을 찍었다. 이른바 '완전한 신고 리스트 제출→사찰·검증'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다.

외교가가 주목하는 또다른 포인트는 이번 협상에서 일부 핵·미사일 조기 반출 등의 초기조치를 포함, 5㎿ 원자로(흑연감속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단, 사찰단 수용 등의 조처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엔진 시험장을 폭파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예고편'을 날렸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문제가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협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제보장과 경제보상 등 미국 측의 상응조치를 담은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수교로 가는 초기조치로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미국 의회 비준이 결부된 대북 안전보장 추진 등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제재 완화 문제도 상황에 따라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대북 양보론을 일축하며 "우리가 주려고 하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들이다. 북한은 굉장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시 북한 앞에 열리게 될 '밝은 미래'를 강조하며 거듭 '당근'을 내밀었다.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지난 5월 2차 방북 당시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인과 함께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평양행에서 한국전 참전 당시 전사자 유해를 송환하는 결실을 보게될 지이다.

유해 송환은 이미 정상회담 때 합의된 것으로, 200구 안팎으로 거론돼온 1차분 유해 전달을 위한 실무준비 작업이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피드백은 정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를 북미 고위급 회담결과와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협상가'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대(對)소련 군축협상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협상 구호에 따라 최대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디테일'을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팽팽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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