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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단어 절반 줄여 사교육 잡는다…실효성은 의문

입력 2014-12-17 15:38

유아대상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 채용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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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대상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 채용 못하게

정부가 영어 사교육을 잡기 위해 EBS 수능 연계 교재의 기본 어휘수를 2017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수학의 경우 교과서의 학습량과 내용을 조정한다.

또 일명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대해 학원비 인하와 외국인 강사 채용을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의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 18조6000억원 가운데 65%인 12조1000억원이 영어(6조3000억)와 수학(5조8000억)이 차지하는 등 영어와 수학이 사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의 경우 글로벌 시대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영어는 필수 생존 도구'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어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며 "수학의 경우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위계적 학습구조와 중학교 이후 급증하는 학습량이 사교육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물가 상승률 이상의 학원비 인상과 선행교육 풍토, 고착화된 대학 서열, 학력간 임금격차 등이 사교육이 늘어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와 수학 교과의 사교육을 줄이는데 집중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이 교과서만으로 충분히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EBS 수능 연계 교재의 어휘수를 교육과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난이도를 완화할 계획이다.

교육과정 기본어휘의 2배에 달하는 EBS 수능연계 교재의 어휘수를(5668단어) 2017년까지 교과서 어휘(교육과정 기본어휘 2988단어±20%) 수준으로 줄인다.

예를 들어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해로운'을 뜻하는 'detrimental'이라는 단어는 'harmful' 또는 'damaging'으로 대체한다. replica(복제품)는 copy로, uncouth(무례한)는 rude로, inadvertently(무심코, 우연히)는 unintentionally로 바꿔 사용할 방침이다.

또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내용의 지문이나 복잡한 문법의 지문도 가급적 배제하기로 했다.

수학의 경우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학습량과 내용을 조정해 수능 준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2018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시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꼭 배워야할 기본원리 및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조화한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학교급간에는 학습량과 난이도가 완만히 상승할 수 있도록 학습량을 재조정한다.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을 지원하는 수학클리닉(시도별 거점학교 32교) 설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라인상에서 학생 스스로 수학학습 결손을 진단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보정 학습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능 준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EBS 수능연계 교재수를 자연계 기준으로 현재 8권에서 2016학년도 5권으로 줄이고 문항수도 2920개에서 2000개로 줄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대해서는 학원비 인하를 유도하고 학원비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원법 및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채용 결격 사유'에 '외국인을 채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추가할 방침이다. 유치원의 경우에는 외국인 채용이 금지되고 있으며 영어 수업도 방과후에만 진행할 수 있다.

교육부는 외국인 강사 채용이 유아대상 영어학원 학원비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반 사립유치원 평균 원비인 48만2000원보다 과다한 79만3000원을 받고 있다.

현재 전국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모두 292곳이다. 이들 영어학원이 채용한 외국인 강사는 500여명으로 영어로 반일제 또는 종일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하는 학원에 대해서는 학원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상시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학원비 등을 학원 외부에 게시하는 '옥외가격 표시제'의 전면 확대 등 학원비 공개를 확대하고 행정처분이 부과된 학원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대구 동부, 대전 서부 등 학원 중점관리구역을 '사교육특별관리구역'으로 개편해 선행학습 영향평가 강화, 학원비 단속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초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아동센터, 방과후아카데미 등 유관부처와 연계를 강화해 돌봄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중학교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향상되도록 지원하고 고입전형은 중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 맞게 출제토록 개선한다. 고입전형은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중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 맞게 출제할 수 있도록 한다.

고교는 대입전형 사전예고 기간을 1년6개월 전에서 2년6개월 전 발표로 확대하고 고교 교육과정 중심의 대입전형 유도를 통해 불필요한 부담을 점차 낮춰가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계는 이와 관련,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단순히 영어 단어수를 줄이는 식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단순히 영어 단어수를 줄이고 수학 교과서 수준을 낮춘다고 해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된다"며 "사립초등학교의 영어 몰입교육이나 영재학교 등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교육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사교육 경감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공교육 정상화를 수행하는 교원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진작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수능 등 대입제도 개선을 통한 사교육 유발요소를 차단해야 하는데 그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정부의 사교육경감 대책은 이미 발표한 실패한 대책들로 사교육경감도 공교육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며 "특히 EBS 수능연계교재는 사교육비 경감의 실효성도 상실했고 비교육적인 정책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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