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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父 이춘광씨 "박철순 닮고 싶었던 야구 소년"

입력 2013-06-2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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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7·삼성)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만 352차례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렸다. 총 비거리는 4만425m.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8848m)를 두 번 왕복하고, 또 한 번 중턱까지 오를 수 있는 거리다. 그만큼 이승엽은 자주, 멀리 공을 보냈다.

고독한 싸움.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타석에 서는 순간부터 이승엽은 홀로 싸운다. 하지만 그 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힘을 얻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써내려간 352번의 홈런 일지. 이승엽 지인들의 육성을 통해 이승엽의 '홈런 인생'을 돌아본다.

이승엽 父 이춘광씨 "박철순 닮고 싶었던 야구 소년"
◆어린시절

▶이춘광씨(이승엽의 부친)
"1986년 동덕초교에 다니던 승엽이가 대구시 멀리던지기 대회에서 3등을 했다. 그때 중앙초교 신용석 야구부장이 승엽이에게 '너 야구하고 싶지?'라고 접근한 모양이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승엽이가 단식을 하겠다고 할 정도로 고집을 피웠다. 결국 내가 졌다.

승엽이는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오니까, 대구에 있는 중학교 야구 감독들이 다 집으로 찾아오더라. 덩치들이 작기나 해? 소파가 견뎌내나. 일주일 만에 망가져 버렸다. 승엽이의 꿈은 '박철순처럼 에이스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승엽이가 다소 예민하긴 하다.

그래서 나는 더 엄격하게 승엽이를 대했다. 회초리도 자주 들었다. 밥상에서부터 예의를 가르치곤 했다. 다행히 승엽이가 내 뜻을 잘 이해해줬다."

◆삼성 입단과 타자 전향

이승엽 父 이춘광씨 "박철순 닮고 싶었던 야구 소년"

▶우용득 삼성 스카우트팀 코치(1995년 이승엽 입단 당시 삼성 감독)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코치와 스카우트가 '승엽이가 타격도 잘합니다'라고 보고하더라. 타격폼이 정말 예뻤다. 몸이 유연하고, 몸도 점점 불고 있었다. 박승호 타격코치와 함께 '타자 한 번 해보자'고 이승엽에게 권했다. 승엽이가 당시까지만 해도 투수에 욕심이 있었다.

'나중에는 투수 시켜주시는 겁니다'라고 물은 기억도 있다. 95년 여름에 승엽이에게 '아직 투수에 미련이 있나'라고 물으니 '아닙니다. 이제 타자만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

▶박승호 NC 수석코치(1995년 이승엽 입단 당시 삼성 타격코치)
"95년 2월 초 스프링캠프에서 농담처럼 '너 타자 한 번 해볼래?'라고 말했더니, 승엽이가 '아닙니다'하고 도망을 가더라. 3주 정도 설득하니까 '일단 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안합니다'라고 답하더라. 그해 5월2일에 첫 홈런을 쳤는데, 폼만 조금 바꾸면 공이 더 나가겠다는 느낌이 왔다. 생각이나 행동, 눈빛도 상당히 진지했다. 95년 8월에 전국적으로 눈병이 유행했다. 그런데 승엽이가 걸렸다.

2군에 내려가거나 쉬면서 격리할 상황이었는데 울먹이면서 나를 찾아왔더라. '아무한테도 옮기지 않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옮으면 빼주세요. 훈련하게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혼자 방을 쓰고, 수건을 쓰면서 정말 다른 선수들한테 옮기지 않았다. 절실함이 있고, 자기관리도 정말 잘했다."

▶박흥식 롯데 코치(1996년 삼성 타격코치)
"96년에 처음 만난 승엽이는 교타자 스타일이었다. 지금보다 방망이를 짧게 잡았고, 기술로 타격을 했다. 나는 승엽이가 충분히 홈런타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1997시즌을 앞두고 몸을 불려 힘을 키우게 했다. 하체를 이용하는 법도 그때 가르쳤다. 재능이 워낙 뛰어나 금방 자신의 것으로 만들더라. 98년에는 슬럼프도 있었다. IMF가 와서 승엽이 부친의 회사가 어렵게 됐다.

원정버스를 탈 때 승엽이를 꼭 내 옆에 앉혔는데, 근심이 많더라. 자신이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야구를 더 잘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승엽이도 금방 털어내고, 제 실력을 발휘하더라. 실력과 인품 모두 훌륭한 선수다."

◆전성기
이승엽 父 이춘광씨 "박철순 닮고 싶었던 야구 소년"

▶양준혁 SBS 해설위원(전 삼성 동료·개인 최다 홈런 2위)
"승엽이 정도의 위치에 있을 때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는 건 정말 엄청난 도전이다.

그런데 이승엽은 늘 '미래'를 대비한다. 승엽이가 2002년 47홈런을 쳤다. 정말 무서웠다. '치면 다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2003년 초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더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고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투수에게) 당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더라.

승엽이가 2003년에 56개의 홈런을 치지 않았나. 나도 깨달았다. 후배이지만 그 자세는 본받고 싶었다. 승엽이 덕에 나도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다."

▶박한이(삼성 외야수·팀 후배)
"말로 표현이 될까. 지금도 대단하지만, 내가 삼성에 막 입단(2001년)했을 때 봤던 승엽이 형은 정말 사람같지 않았다. 승엽이 형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쳤던 2003년, 내가 113득점을 했다. 치면 적시타였고, 홈런이었다. 지금도 타율이 낮다고 해도, 타점을 꾸준히 올리지 않나. '이승엽 효과'는 같이 뛰어본 사람들이 더 잘 안다."

▶최상덕 넥센 코치(이승엽 상대 최다 피홈런 투수·7개)
"내가 제일 많이 맞았다. (이)승엽이가 전성기일 때 많이 상대했는데 실투를 안 놓쳤다. 실투다 싶으면 담장을 넘겼으니까. 난 승엽이의 약점인 몸쪽 승부를 많이 했다. 바깥쪽 하나 빼고 다시 몸쪽으로 가려 했는데, 그 바깥쪽 공을 맞아 홈런을 때린 적도 있었다."

◆일본 시절

▶김성근 고양 감독(지바 롯데 시절 순회코치)
"승엽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때가 2004년부터 2005년 초반까지 아니었을까. 승엽이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일부러 '한국 홈런왕의 자존심을 버릴 수 있나'라고 강하게 말했다. '저는 지금 홈런왕이 아닙니다'라고 하더라. 자세가 된 거다. 승엽이가 나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더 호되게 훈련시켰다. 그걸 견뎌내더라. 역시 이승엽이었다."

▶김기태 LG 감독(2007~2009년 요미우리 코치 연수)
"성실하고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하는 친구다. 내가 요미우리에 있을 땐 이승엽 선수가 고생을 많이 했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워낙 큰 선수여서 당시에도 조언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승엽 선수는 테크닉과 파워를 겸비한 전형적인 홈런 타자다. 이번 신기록을 넘어 아무도 못 깨는 기록을 세우기 바란다."

◆한국 복귀

▶류중일 삼성 감독
"2012년 스프링 캠프에서 승엽이를 보고난 뒤 '아,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타격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왼 어깨에 통증이 있었고, 이 때문에 완벽한 폴로 스윙을 할 수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승엽이를 믿자.'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승엽이가 꾸준히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리더라. 정말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승엽이와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젊은 타자들이 얻는 게 많다."

▶김성래 삼성 수석코치
"야구도 잘하지만 생활 태도도 후배들이 본받아야할 선수다. 한국에 복귀한 뒤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승엽이에게 조언을 한다. 이 부분도 승엽이에게 스트레스가 됐다. 하지만 승엽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아는 타자'다. 워낙 겸손한 성격이다 보니 조언을 다 듣지만, 선택은 본인이 신중하게 한다. 코치진은 승엽이와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지, 지시하지는 않는다. 승엽이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박석민(삼성 내야수·팀 후배)
"승엽이 형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그런데 그 높은 위치에 있는 선배가, 정말 겸손하다. 후배들에게 뭔가를 강요하거나, 섣불리 조언하는 법이 없다. 그런 승엽이 형이 입을 열면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격려가 나온다. 승엽이 형은 '이럴 땐 이렇게 해봐라'가 아닌 '나도 힘들었다'라는 말로 대화를 이끄신다. 승엽이 형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그래, 형도 그랬었지. 그걸 극복했지'라는 안도감이 든다."

▶김상수(삼성 내야수·고교, 팀 후배)
"내가 경북고에 다닐 때 '투타에 모두 능한 천재 선수 이승엽'에 대한 일화가 전설처럼 떠돌았다. 지난해부터 이승엽 선배와 같은 팀에서 뛴다. 아직도 신기하다. 내가 14년 후배다. 그럼에도 이승엽 선배가 경기장에서는 나를 '프로 선수'로 대해주신다. 조언은 '몸'으로 하신다. '저렇게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구나, 성공한 선수가 저렇게 노력하는구나'를 매일 느낀다. 나에겐 스승과 같다."

J베이스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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