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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냉탕 온탕 오간 '그린 뉴딜'

입력 2020-05-18 09:52 수정 2020-06-05 10:5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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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6)

기후변화 문제와 그 피해는 벌써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린 뉴딜' 역시 미래의 친환경 정책이 아닌 현실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년 넘는 시간 동안 매주 월요일, 그 사례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렸고요. 지난 한 주는 우리나라도 이 그린 뉴딜에 동참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시간이었던 만큼, 한국의 그린 뉴딜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냉탕 온탕 오간 '그린 뉴딜'

< 냉탕: 그린뉴딜 빠진 연설 >

그린 뉴딜과 관련한 부처와 기관, 단체들은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을 앞두고 여러 준비를 해왔습니다. 연설에 맞춰 성명서나 정책 제안 등을 이어서 내놓는다면 그린뉴딜이 우리 시민 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척척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린뉴딜이 연설문에 담기는 것은 확실하고도 당연해보일 정도였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제니퍼 모건 사무총장은 4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린 뉴딜 도입을 촉구하는 비공개 서한을 보냈고, 여기에 우리 정부는 긍정적인 답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모건 사무총장은 "한국이 코로나 위기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며 그린 뉴딜을 경기 부양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여기에 정부 대표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답변을 보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회생 과정에서 기후 환경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냉탕 온탕 오간 '그린 뉴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엔 많은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TV를 켜고 지켜본 연설에선 그린 뉴딜의 'ㄱ'자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뒷부분엔 나오려나'하는 마음에 계속 지켜봤지만… 그린 뉴딜은 없었습니다.

이날 대통령이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국가 프로젝트로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속 한국형 뉴딜은 ①5G 인프라의 조기 구축, ②데이터 인프라 구축, ③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④기존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결합으로 점철됩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죠.

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녹색연합은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 한국형 뉴딜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녹색'은 없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정부가 발표했던 "10대 산업 분야의 65개 포괄적 규제 완화 계획과 맞닿아 있다"는, 그래서 "코로나19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기업 규제 완화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앞서 23·24번째 취재설명서 <코로나가 휩쓴 사이>·<한국형 뉴딜, 초록빛일까 잿빛일까>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단순히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거죠.

< 온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그린 뉴딜' >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의 중요성을 참모진에게 강조했습니다. 강민석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크게 대내적·대외적으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대내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린 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에 그린 뉴딜 사업 관련 합동 보고를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대외적으론 "국제사회가 그린 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 원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우리 스스로 그린 뉴딜의 당위성을 찾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다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에서도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라며 한국판 뉴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환경부, 산업부, 중기부 등이 협의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협의해서 서면으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날 비공개 토론에선 기대할 만한 '건전한 격론'이 펼쳐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3개 부처에 이같은 지시를 내리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발언을 신청하고 "그린 뉴딜은 국토부와도 관계가 있다"며 "교통과 건축에서 다양하게 그린 뉴딜이 가능하다"고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런 적극적인 참여 의사 표명과 더불어 토론에선 '중요한 과제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가치인 것은 분명하나 한국판 뉴딜이 우리 사회의 모든 과제를 담는 큰 그릇, 큰 우산으로 모든 과제를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고요.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그린 뉴딜의 언급은 없었지만 "그린 뉴딜과 관련한 사업이 한국판 뉴딜에 일부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강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연설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판 뉴딜에 포함되든 포함되지 않든, 그린 뉴딜과 관련한 사업은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의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뜻입니다." 강 대변인의 이 같은 말로 '잿빛 뉴딜'을 걱정하던 목소리가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 듯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 뉴딜 지시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6월초 발표될 한국판 뉴딜 세부 계획에 기후위기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그린 뉴딜 정책을 포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일희일비 말아야: 지속적인 감시·견제 필요한 그린 뉴딜 >

어렵사리 행정 수반의 입에서 직접 그린 뉴딜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관계 부처들에 보고를 지시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이 현실이 되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앞서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소개됐던 대로 부처간 격의 없는 토론에서도 그린 뉴딜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린 뉴딜에 대해 보고를 하게 될 4개 부처,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의 입장도 다 다르겠죠. 우리 시민 사회에서도 그린 뉴딜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합니다. 정부가 이 의견들을 잘 조율해 정책을 준비하는 사이, 건전한 시민사회는 그린 뉴딜이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할 겁니다.

현 시점에서도 이미 우려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관계부처들은 그린 뉴딜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을 기획·집행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산업부는 내연기관차, 정유, 항공 등 화석연료 의존형 업종을 기간산업으로 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 퇴출 계획을 늦추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로 설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을 동원해 석탄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에 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린피스가 꼽은 주요 내용입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역시 문 대통령의 그린 뉴딜 주문에 환영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현재로선 대통령이 요청한 그린 뉴딜이 무엇을 위한, 어떤 '그린 뉴딜'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려스럽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취임 3주년 연설은) 한국의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한국을 "세계의 공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기회였을 뿐, 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왜 이렇게 자주 나타나 전 세계를 더욱 크게 강타하는지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코로나19위기와 기후위기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두 위기 모두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경제성장 중심주의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각성을 드러내주고 있다." "(청와대의) "유럽에서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표현한다"는 소개는 역설적으로 청와대는 지금을 기후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에 그린 뉴딜이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니고 이를 반대하는 다수의 국무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목소리 높여 비판한 내용입니다.

< 해외가 바라본 한국의 대응은? >

K-방역에 대한 해외의 극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그린 뉴딜에 대한 평가는 이와 다른 모습입니다. 코로나 계열의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기관들이 일찍이 경고했었습니다. (참고: 취재설명서 ⑮ 신종 감염병의 등장과 기후변화) 그런데, '사후 조치'인 방역은 호평을 받으면서도 '사전 조치'인 기후변화 대응엔 평가가 좋지 않을까요. 기후변화 대응의 큰 축, '감축'과 '적응'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적응만 잘 한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지난 13일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배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보고서 "탄소 제로 사회로의 전환: 파리 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적 탄소배출 감축 경로(Transitioning towards a zero-carbon society: science-based emissions reduction pathways for South Korea under the Paris Agreement)"의 작성은 국내 기후변화 단체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olutions for Our Climate, SFOC)과 함께 이뤄졌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냉탕 온탕 오간 '그린 뉴딜' (자료: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지금의 감축안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입니다. 앞서 <취재설명서 ⑭ 정부 대책 살펴보니…웃다 울다>를 통해 우리 정부의 감축안 시나리오들에 대한 소개와 우려를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를 마주하게 되니 걱정과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냉탕 온탕 오간 '그린 뉴딜' 현재로선 기온 상승 목표를 결코 맞출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자료: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복잡한 용어나 계산을 생략하더라도 위의 도표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지금의 정책으론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물론 우리의 미래도 저버리게 된다는 것을요. 보고서는 "한국의 현재 감축목표는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느 정도로 불충분하냐면 "(파리 협정에 조인한) 각국의 기후 목표가 한국과 같다면 3~4도까지 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될 정도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참여중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목표치와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반드시 올해, 2020년에 감축목표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발전 부문에선 "2029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객관적·과학적 분석 결과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단순히 '더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한게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 탈석탄까지 남은 시간은 9년입니다. 묘하게도 취재설명서 연재 초반 소개해드린 '탄소 시계'에 남은 시간과도 비슷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로운 전력수급계획에서조차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계획에 대해 "석탄발전을 과감히 줄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의 석탄발전의 비중은 31.4%, 여전히 모든 발전원 가운데 최고 비중입니다. 정부 발표만 보면 "석탄 감축"인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수치를 보면 얼마나 안일한 판단인지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산업부의 이 계획안이 감축이 아닌 '현상 유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가동 30년이 되는 석탄발전기를 폐지하겠다는 건, 감축이 아니라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쓴다는 이야기라는 거죠. 게다가 앞으로 지어질 화력발전소도 남아있습니다. "2024년 준공 예정인 삼척화력을 비롯,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를 고려하면 2050년대 중반까지도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놓고 어떻게 '과감한 감축'이라고 포장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렇게 '포장'에 능한 산업부는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질 그린 뉴딜 보고서에서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녹색 뉴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이런 포장은 비단 산업부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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