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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식물 국회' 비판하며 '박근혜의 사람' 힘 싣기

입력 2015-11-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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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19대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국민적 심판을 호소하고 나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외견상 현 국회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민생을 외면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달라는 '대국민 호소'를 통해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5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심판'을 호소한 것은 내년 총선 출마를 모색하고 있는 현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 전현직 핵심인사들, 이른바 '박근혜의 사람들'에 대한 지지를 자연스럽게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민생을 외면한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달라는 '대국민 호소'를 통해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TK지역 현역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TK지역 물갈이론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물론 그 범위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생법안 '외면' 국회 강력 성토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23분여 간 19대 국회에 대한 격정을 쏟아냈다. 국회가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민생 법안은 내팽개친 채 정쟁을 벌이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노동개혁 5대 법안,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의료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취지와 기대효과 등을 상세히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며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간곡하게 호소해 왔지만 정치권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성토인 것이다.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19대 국회를 사실상 '식물 국회'로 정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박 대통령은 "매일 민생을 외치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쟁점과 유불리에 따라 모든 민생 법안들이 묶여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정쟁에만 매달려 민생은 저버렸다는 요지로 국회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국회가 이것(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방치해서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내놓았다.

◇"진실된 사람들만 선택받아야"…'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과 맥 닿아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가량의 수명만 남은 19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민생법안 처리라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만 뽑는' 선택으로 심판을 해달라는 대국민 호소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6월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갈등을 빚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더욱이 최근 여권이 '대구·경북(TK) 현역의원 물갈이론'으로 술렁이고 있고 선거구 획정 협상 지연으로 '현역 프리미엄'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겹치면서 '물갈이' 범위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물갈이 대상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의원으로 까지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靑·내각 출신 힘 실어주기 인 듯

이는 자연스럽게 박근혜정부 전·현직 고위 인사들에게 이른바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 의사가 있는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만 10여명에 달한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윤두현 전 홍보수석, 전광삼 전 춘추관장,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등이 물갈이설의 진앙지인 대구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이들이다.

박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해 온 청와대 행정관 한 명도 최근 대구지역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민경욱·김행 전 대변인, 최형두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 임종훈 전 민원비서관 등은 수도권 입성을 노리고 있으며 최상화 전 춘추관장과 박종준 전 경호차장은 각각 경남과 세종에서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에서도 의원 겸직 장관 5인방 뿐만 아니라 최근 대구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대구 또는 부산 출마설이 제기되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으로 인해 총선행의 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임기 막바지까지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 줄 당내 지원세력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국민적 심판' 주문은 민생과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내년 총선에서 박심을 등에 업은 인사들을 뽑아 달라는 메시지를 지지층에 발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략공천을 비롯한 공천 룰에서 계파 간 갈등이 잠복해 있고, 친박계 정치 신인들의 출마 러시에 기인한 TK물갈이론으로 여권이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이어서 이날 발언은 총선 개입이나 박심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우려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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