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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키워드] '검은돈' 오명…장롱 속 '신사임당'의 눈물

입력 2015-04-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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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마다 전해드리는 뉴스 키워드 시간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현금 3천 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보도된 이후 비자금, 정확히 말하면 '5만 원 권'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돈이 탄생할 때, 이건 검은 돈이 될 것이란 얘기들을 많이 하셨죠. 실제로 뇌물사건이나 불법자금의 은닉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5만 원 권. 그래서 '검은돈'이란 오명이 실제로 늘 따라다니고 있는데요. 오늘(17일) 뉴스 키워드에서는 이 5만 원 권을 집중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지금 나와 있는 곳은 백화점의 한 금고매장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존의 투박한 금고와는 달리 매우 화려해 보이는데요. 이런 개인 금고들이 상당히 잘 팔린다고 합니다.

[강필구/S금고 매니저 : 집들이 선물이나 개인적인 혼수용품으로 많이 사가고 있습니다.]

개인 금고가 황금 분할로 채워지기 위해선 골드바와 100달러, 그리고 5만원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중 오늘 짚어볼 내용은 바로 이 5만원 권입니다.

최근 성완종 전 회장 사태의 중심엔 5만원 권이 있었습니다.

음료수 상자 등이 언급되며 그 안에 5만 원권을 다발로 넣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입니다.

5만원권은 2009년, 경제 위상에 맞는 고액 화폐를 보유해야 한다는 방침과 화폐를 관리하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모두 16가지의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됐고 8단계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종이가 아닌 면 100%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5만원권 발행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이 5만원권의 환수율은 29.7%. 10장 가운데 3장만 한국은행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1만원권의 환수율 108%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비율입니다. 이 때문에 '신사임당 함흥차사'라는 우스갯소리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5만원권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난 2011년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 원. 같은 해 여의도 백화점에서 쇼핑백에 담긴 채 발견된 8억원.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폭로하려던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보내진 5000만원. 2012년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숨겨놓은 비자금 56억원. 모두 5만원 권 돈다발들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5만원 권이 지하경제 속으로 흘러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100달러 지폐. '미국의 가장 성공한 수출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5만 원권이 등장하기 전엔 100달러 지폐가 뇌물수단으로 종종 이용됐습니다.

'박연차 게이트'로 유명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100달러 다발을 정치인 등에게 건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검은 돈을 전달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007가방, 사과박스, 굴비박스 등 주로 큰 규모에 만원짜리가 담겼습니다. 지금은 어떨까.

이 작은 박스 안에 5만원권은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보여드리기 위해 한 시중은행을 찾았습니다.

이 한 뭉치는 5만원권 100장. 그러니까 500만원입니다. 제가 직접 넣어보겠습니다. 먼저 3천만원을 넣었습니다. 계속 쌓아보니 5만원권 12뭉치, 6천만원이 들어갑니다.

좀 더 꽉꽉 채워보겠습니다. 그랬더니 모두 1억원 가량이 들어갑니다. 과거 1억을 담기 위해선 007 가방 2개에 만원 권을 가득 담았어야 했는데, 이젠 이 작은 상자 하나면 가능해진 겁니다.

5만원권 상당수가 유통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낮은 금리로 인해 현금보유가 늘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5만 원권이 발행된 시점부터 커졌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신사임당이 계셔야 할 곳은 장롱 속이 아니라 세상 밖이다"

한 신문 칼럼에 나온 말입니다.

두문불출 5만원권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검은 돈의 주범이란 오명도 벗고 우리 경제도 웃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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