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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도 일곱 색" 인종증오 꼬집은 '컬러풀 오스카'

입력 2021-04-26 18:56 수정 2021-04-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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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연 사람은 50살의 흑인 배우, 레지나 킹이었습니다. 레지나는 작심한 듯, 전 세계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우린 너무 많은 사람을 잃었습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저는 하이힐을 팔아 치우고 시위용 부츠를 신었을 겁니다.”

시상자로 나선 배우 레지나 킹. 〈사진=로이터〉시상자로 나선 배우 레지나 킹. 〈사진=로이터〉

흑인 남성인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상점에서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졌습니다. 피의자인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최근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관례대로 경찰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가만 있지 않았을 거라고 레지나는 암시한 겁니다.

레지나는 이런 발언을 불편하게 여길 시청자들도 의식한 듯 했습니다. “당신들이 할리우드의 설교를 듣지 않고 싶어 하는 걸 잘 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경고를 이어갔습니다.

“흑인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많은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공포를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돈과 명성을 많이 가졌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씨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종은 물론 모든 차별은 옳지 않다”며 “심지어 무지개도 일곱 색”이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인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별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등한 인간입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사진=연합뉴스〉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사진=연합뉴스〉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발언'만 쏟아진 게 아닙니다. 과거 백인 위주였던 수상 리스트도 한층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노매드랜드'의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 출연한 흑인 배우 다니엘 칼루야에게 돌아갔습니다. 흑인 아티스트 두 명이 포함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팀은 분장상을 받았습니다. 흑인 여성들이 분장상을 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헤어 디자이너 미아 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유리천장을 깨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흑인, 아시안, 라틴, 원주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여성이 여기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간 이게 특이한 일이 아닌, 평범한 일이 될 겁니다."

분장상을 수상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팀. 〈사진=로이터〉분장상을 수상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팀. 〈사진=로이터〉

현지 언론들은 후보 20명 중 9명이 유색 인종이거나 비영미권 인물로 채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인종 차별과 증오가 커지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시상식을 주관하며 투표권을 행사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아카데미 측은 소수 인종의 비중을 계속해서 늘리겠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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