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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놓고 정부·의사단체 신경전

입력 2020-09-10 19:04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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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어제(9일)를 기점으로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의 구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의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구제책은 없다면서도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첫째는 의사 국가고시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힐 것. 그리고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해 왔던 의대생들이 이번 주 안에 다시 입장을 정한다고 하는데, 관련 내용을 조익신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 의대협 '국시 응시' 이번 주 재투표…의대 교수들 "파행 정부 탓" >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의대생들. 전공의도, 전임의도 투쟁 대열에서 빠진 상황이죠. 홀로 남겨진 지금,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선 동맹휴학을 이어갈지 여부를 투표에 부쳤습니다. 정부·여당과 의사단체 사이에 뇌관으로 떠올랐죠. 의사 국가고시에 응할지는 따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왕좌왕하는 제자들 보기가 안타까웠나 봅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의·정 합의'에 따라 정부는 온전한 추가시험을 시행하라는 겁니다. 합의문 어디에 의대생 구제책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걸까요? 의협과 정부 간의 합의문 4항. 여기에 '의료인 보호'란 문구를 근거로 내세운 듯합니다. 정부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란 입장입니다.

[손영래/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 코로나19라고 하는 현재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힘을 합심하여 총력으로 대응을 하고 거기에 따라 필요한 의료인 보호와 구제대책들을 적극적으로 정부가 검토하고 실행한다, 라고 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의료인을 보호한다는 내용이란 겁니다. 더욱이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등을 말합니다. 의대생은 면허가 없죠. 의료인이 되려면 의사 국가고시를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저 학생일 뿐입니다. 따라서 합의문에 적힌 '의료인'의 범주에 의대생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교수들은 국시 파행에 따른 문제는 장·단기적으로 매우 크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는 그 책임, 지겠다는 입장입니다.

[손영래/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 적절한 배치 조정과 역할의 재조정 그리고 인력의 확충 등을 통해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중입니다. 교수협의회 입장문에 국민들에 대한 설명과 양해 등이 빠져있는 부분은 좀 아쉬우며…]

일부에선 의대 교수들이 걱정하는 의료 공백,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체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김윤/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 8일) : 우리나라 병원에서 인턴들이 하는 업무는 사실은 거의 대부분 간호사들에게 위임될 수 있는 업무이고 현재도 소위 PA(Physician assistant)라고 하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서 전통적으로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위임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의 업무 공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PA 간호사는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돕는 진료보조인력입니다. 외국에선 PA가 합법이지만, 국내에선 불법입니다. 이번 기회에 PA를 합법화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자는 겁니다. 기형적인 인턴제도를 손보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윤/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 8일) : 사실 우리나라처럼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사실 의과대학협의회나 의학회를 중심으로 해서 인턴제를 폐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1차 의료에 관련된 수련 기간을 늘려야 된다 이런 시도들이 있어서 사실 이번 기회에 인턴제를 폐지하고 수련제도를 개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당장 의협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PA의 정확한 용어는 'UA(unlicensed assistant)' 무면허 보조인력이라며 김윤 교수가 불법행위를 조장했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진료 현장을 모르는 관변 교수라는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의협이 진료 현장은 잘 알지 모르겠습니다만, 민심 현장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로 환자들을 위해 고생한 PA 간호사들을 향해 불법이다, 각을 세울 때인가 싶습니다. 의대생을 구제해 달라는 의사들의 요구에 싸늘하기만 한 국민 여론을 생각하면 더욱더 말입니다. 최대집 의협 회장, 국시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정치는 민심에 따라 움직입니다. 진정으로 의대생 구제를 바란다면, 먼저 의대생들이 시험에 응하도록 설득을 해야겠죠. 그리고 국민 여론을 다독일 해법 역시 의협에서 내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무소속 4인방' 복당? 김종인 "한 치의 실수도 안 돼" >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말을 체감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진영 '무소속 4인방'입니다. 호기롭게 당을 박차고 나가 당선이 될 때까진 좋았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총선 결과도 여당의 압승이었습니다. 주판알을 튕길 필요도 없이 친정집 머릿수가 한참 모자랐습니다. 무소속들의 복당,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습니다. 당선 소감으로 이런 포부까지 밝힐 정도였습니다.

[권성동/무소속 의원 (JTBC '전용우의 뉴스ON' / 4월 22일) : 초선에서 3선을 거치면서 당의 요직이라든가 국회의 요직 같은 걸 다 거치지 않았겠습니까? 4선의 그런 무게감 있는 중진의 역할을 하려면은 결국은 원내대표나 당의 지도부의 일원이 돼야 자신의 소신 같은 것을 펼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의원들이 아마 4선 이상의 의원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홍준표 의원은 특유의 자신감까지 내비쳤습니다. 자신의 복당 여부를 놓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 주장을 했었습니다.

[홍준표/무소속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4월 17일) : (일단 복당부터 되셔야 될 텐데 복당은 쉽게 빨리 될까요?) 나는 거기는 그 질문은 아주 불쾌한 질문으로 무례하고 불쾌한 질문으로 받아들입니다. 질문하지 마세요. (제가 왜 이 질문을 드렸냐면…홍 전 대표님.) 됐어요. 그 질문하지 마세요. 내가 소인배들하고 갑론을박하기 싫으니까 그거는 질문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배경 설명만 하고 넘어갈게요. 지금 소인배라고 하셨는데.) 아, 배경 설명도 안 듣겠습니다. (안 들으셔도 괜찮은데. 청취자들한테만.) 에이 에이. 그럼 전화 끊습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지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복당은커녕, 별다른 논의조차 없습니다. 무소속 의원들은 애가 탈만 한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3일) : 정강정책과 당명 변화를 가져오고 지금 당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런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당의 지속적인 변화를 해서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갖다가 구축하게 되면 그다음에 가서 복당 문제를 거론을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냥 안정적 기반도 아니고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한 뒤에 논의를 한다. 말 그대로 기약이 없습니다.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고 하죠. 장제원 의원이 '4인방'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속 좁은 리더십'이라며 복당 작업에 속도를 내달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홍준표 의원, 기다렸다는 듯 댓글을 달았습니다. "나서주니 고맙다"고 말입니다. 김태호 의원과 권성동 의원도 "친정집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오길 기대한다", "잘못된 공천 피해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다시 말해 복당 좀 시켜주세요, 메시지를 냈습니다.

사실 장제원이 의원이 이들 4인방의 복당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7월에도 관련 글을 올렸습니다. 네 사람 한 명 한 명의 장점까지 꼽아가며 말입니다. 윤상현 의원은 박지원에 맞설 대안이다, 권성동 의원은 공수처 전선의 선두에 설 거다, 김태호 의원은 친노에 맞서 경남지역을 사수했다, 그리고 홍준표 의원은 전국적 지명도로 당의 투쟁을 이끌 거다. 치켜세웠습니다.

장 의원이 꼽은 이 장점들, 김 위원장의 판단은 좀 다른가 봅니다.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요.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못을 박았습니다. "한두 석 더 얻는다고 해서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지금 우리 당은 한 치의 실수도 하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눈에 딱 들어오는 단어 '실수'. 4인방의 입당이 자칫 실수, 그러니까 당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겁니다. 총선 직후 국민의힘에선 총선 패배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죠.

[오신환/전 국민의힘 의원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5월 26일) :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에 하나가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았지만, 비호감도가 높았다는 것이거든요. 특히 홍준표 의원의 경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들에 대해서 과감하고 추진력 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이 갖고 있는 비호감도가 굉장히 또 있거든요.]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괄 복당이 아닌 개별 복당 이야기도 나옵니다. 당명은 물론이고, 당 정강정책까지 싹 바꾼 국민의힘.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정집이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어디론가 이사를 가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의대협 '국시 응시' 이번 주 재투표…의대 교수들 "파행 정부 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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