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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 '119 기피'…떨어져 다친 노동자 '합판 이송'

입력 2015-09-15 21:05 수정 2015-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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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JTBC는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지게차에 치여 크게 다친 노동자를, 119 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방치하다 숨지게 했다는 내용을 지난달 보도했습니다. 119를 부르지 않은 건 산업재해로 기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도 건설현장의 119 기피 현상은 여전합니다. 롯데건설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척추를 다친 노동자를 역시 119 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합판 위에 실어서 현장의 승합차로 이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소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병원 응급실 앞에 승합차 한 대가 도착하고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급히 내립니다.

병원직원들이 나와 승합차 뒷문에서 환자를 빼내 병원으로 들어가는 데만 3분이 걸렸습니다.

45살 김성규 씨는 평택 미군기지 내 복지회관 공사장에서 지붕 작업을 하다 5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공사를 맡고 있는 롯데건설의 현장관리자들은 합판에 김씨를 옮겨서 승합차에 실었습니다.

[동료 노동자 : 119 안 부르냐고 하니까 미군부대라 복잡하다고 얘기하더니 갑자기 합판이 왔다니까요.]

척추 고정과 같은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없었습니다.

[평택소방서 구급담당자 : 5m 높이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척추 보호대, 전신보호대를 다 착용하게 돼 있어요.]

김씨를 실은 승합차는 사고 이후 30분이 넘게 지나 이곳 지정병원에 도착했습니다.

119 구급차였다면 출동부터 이송까지 15분 거리입니다.

취재진이 사고 현장부터 병원까지 승합차로 이동해 보니, 7번이나 신호 대기에 걸렸고, 카메라가 흔들릴 만큼 덜컹거리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담당 의사 : 차가 덜컹거리거나 고정이 덜 됐다면 더 악화됐을 수가 있고요.]

김씨는 척추가 탈골돼 가슴 밑으로는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김성규/재해자 : 다리 쪽은 아직 (감각이) 없어요.]

롯데건설 측은 119를 부르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승합차로 이송하면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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