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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전쟁 뒤 야전병원

입력 2015-12-1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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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의 야전병원, 교회는 그런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입니다. 그는 왜 '전장의 병원'을 예로 들었을까요.

야전병원은 총상 입은 군인에겐 다친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사회는 전쟁터고, 우리는 매일 다치기에, 교회는 이를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는 또한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요즘 사회현안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출범 의미도 이와 같습니다.

화쟁. 1400년 전 원효대사로부터 비롯된 불교의 고유 사상이지요.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화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것"

갈등과 분쟁의 적극적인 중재자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14일 1차 집회 이후, 조계사로 몸을 피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만에 경찰에 자진 출두했습니다.

그간, 폭력집회와 과잉진압을 둘러싼 맹렬한 갈등이 지속됐고, 지난 5일 2차 집회를 앞두고는 경찰은 원천봉쇄를, 민주노총은 강행을 외쳤습니다.

이때 화쟁위가 내놓은 것은 꽃길과 인간띠였습니다. 오직 '평화'만이 서울광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였죠.

빈부격차, 세대차이, 지역주의, 이념 갈등.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갈등 사이에서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질서. 법. 정부에겐 법을 어긴 사람들을 단죄하는 것이 정의일 겁니다.

그러나 때론 그 실정법만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죄가 있다면 그 실정법을 잠시라도 버텨낼 수 있는 존재, 즉 종교의 역할이 우리에겐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타협의 경험이 별로 축적돼 있지 않은 우리에겐 말입니다.

사실 종교는 이들을 품어줄 수는 있지만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그저 잠시 버텨줄 수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며칠 뒤면 강렬한 대치가 이어졌던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성탄 트리가 세워질 겁니다. 불교가 예수를 믿지는 않을 것이나 다른 종교의 마음을 존중하는 모습이 그 안엔 담겨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동화 같은 이해와 화해가 그리운 시절이기도 합니다.

원효대사는 화쟁을 또한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했습니다.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이와 코를 만진 이들이 만나 싸울 때, 그 차이를 인정하게 하고, 코끼리의 전모를 알아가게 돕는 것. 그리하여 결국은 눈을 뜨게 되는 것 말입니다.

오늘(1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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