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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온난화 재앙, 내일이 없다" 세계 청년활동가들의 경고

입력 2021-12-14 15:38 수정 2021-12-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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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달 전 세계는 새로운 '기후 협약'에 합의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약 200개 나라가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못 오르게 상승 폭을 제한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면서요.

지구는 계속 경고음을 보냅니다. 미국을 초토화한 토네이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춥고 건조한 12월에는 토네이도가 잘 안 생기는데, 지구가 따뜻해져 이런 이상기후까지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미 우리는 극심한 산불과 홍수를 통해 온난화의 심각성을 봐왔습니다.

JTBC와 화상 인터뷰 중인 아시아계 청년 환경운동가들. 상단 좌측이 파키스탄의 유수프 발루치, 하단 좌측은 방글라데시의 파르자나 파루크 주무, 우측은 필리핀의 미치 조넬 탄. 〈사진=JTBC뉴스룸 캡처〉JTBC와 화상 인터뷰 중인 아시아계 청년 환경운동가들. 상단 좌측이 파키스탄의 유수프 발루치, 하단 좌측은 방글라데시의 파르자나 파루크 주무, 우측은 필리핀의 미치 조넬 탄. 〈사진=JTBC뉴스룸 캡처〉

■ COP26서 직접 호소한 청년들, JTBC 인터뷰

JTBC는 지난달 글래스고에서 활약한 청년 환경운동가들을 직접 접촉했습니다. 네 명이 시차를 넘어 열정적으로 화상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필리핀의 미치 조넬 탄(Mitzi Jonelle Tan)과 폴란드의 도미니카 라소타(Dominika Lasota), 방글라데시의 파르자나 파루크 주무(Farzana Faruk Jhumu), 파키스탄의 유수프 발루치(Yusuf Baluch), 이렇게 넷입니다.

이들에게 기후 위기는 일상이 된 지 오래였습니다. 이들은 극한적인 기후 변화 앞에 "내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주부터 차례로 이뤄진 JTBC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지은=지난달 기후 합의에 만족하나요?

파르자나=우리 중 아무도 만족 못 했을 걸요? 지도자들끼리 지키지 않을 약속만 더 했죠.
유수프=올해도 껍데기 같은 결정뿐이네요. 기후 위기를 겪는 지역에 도움이 안 되는.
미치=이미 산업화한 나라들이 오히려 개도국을 위한 기후 자금 조성을 막았고요. 그래놓고 개도국을 비난하는데 못 사는 나라는 현실적인 지원 없이 화석 연료를 끊기가 어려워요. 이번에 한 약속들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달라질 건 없습니다.
도미니카=무언가 바꿀 만큼의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자기만의 힘의 논리에 함몰돼 있고 정치적 이득만 챙긴다는 게 저는 슬펐어요. 영국, 미국, EU처럼 잘살고 기후 위기에 책임이 큰 나라들이 기후 행동에서 달아나는 걸 보세요. 기후 위기를 넘어 리더십의 위기죠.

JTBC와 인터뷰 중인 폴란드 청년 환경운동가 도미니카 라소타. 〈사진=JTBC뉴스룸 캡처〉JTBC와 인터뷰 중인 폴란드 청년 환경운동가 도미니카 라소타. 〈사진=JTBC뉴스룸 캡처〉

이지은=그래서 여러분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도미니카=네, 강력하고 상징적인 서한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말고도 그 많은 사람이 진정한 리더십을 원한다는 걸 보여주죠. 가짜 말고 진짜 변화를 가져올 리더십이요. 지금처럼 좋은 말만 하고 아무것도 안 바꾸는 것 말고요.

청년 환경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은 배신자, 지구는 레드코드″라는 서한에 공개 서명을 받는 중이다. 목표한 200만 명을 채워가고 있다. 〈사진=AVAAZ 웹사이트 캡처〉청년 환경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은 배신자, 지구는 레드코드″라는 서한에 공개 서명을 받는 중이다. 목표한 200만 명을 채워가고 있다. 〈사진=AVAAZ 웹사이트 캡처〉

이지은=살면서 여러분에게 기후 변화 영향이 컸어요?

유수프=저는 지배와 착취를 많이 당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쪽에 살았어요. 기후 변화를 처음 겪었을 때 6살이었어요. 집을 잃었고요. 제 가족을 포함해 모두가 (홍수에 죽지 않으려면) 한밤중에 떠나야 했어요.
미치=저는 홍수가 제 방에 들이닥쳐 깬 뒤로 늘 침실에서 익사하는 악몽을 안고 살았어요. 더 무서운 건 해수면이 상승해 30~50년 뒤 제가 사는 필리핀의 도시들이 잠긴다는 것이에요.
파르자나=제가 사는 방글라데시는 지리상 매년 사이클론이 와요. 매년 준비해도 올해는 더 강력했고요. (계속 침수돼) 2050년에는 우리 땅의 70%를 잃을지 몰라요. 안 잠길 만한 데로 이주하지만 그게 또 문제에요. 인구가 몰리는 곳은 오염이 심각하거든요.
도미니카=제 나라는 EU 안에서도 기후 킬러입니다. 에너지 70% 이상을 화석 연료에 의존해요. 숲이 아파합니다. 대기 오염도 심해요.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COP26에서 ″선진국부터 책임 있는 기후 행동을 하라″고 촉구한 청년 환경운동가들. 〈사진=로이터 캡처〉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COP26에서 ″선진국부터 책임 있는 기후 행동을 하라″고 촉구한 청년 환경운동가들. 〈사진=로이터 캡처〉

이지은=개인적으로 큰 위협이었다는 얘기인데, 기후 변화는 불평등한 것일까요?

도미니카=책임에도 불평등, 그 결과를 치르는 것에도 불평등이 있어요. 빈곤한 나라들만 기후 위기에 대한 부담이 커졌거든요.
미치=지배나 착취를 당해온 나라, 기후 위기를 가져오지 않은 나라가 기후 위기에는 더 취약해요. 그래서 기후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파르자나=사실 제 나라가 홍수를 유발한 것은 아닌데, 매년 그 대가를 많이 치르는 것 같아요. 식민지화는 지금도 일어난다는 게 그런 의미예요.
유수프=기후 위기를 말할 때는 기후 변화의 최전방에 있는 우리 같은 나라들부터 거론돼야 합니다. 탄소 배출 얘기만 할 게 아니고요.

COP26 기간에 시위 도중 발언하는 필리핀 환경운동가 미치 조넬 탄. 〈사진=로이터 캡처〉COP26 기간에 시위 도중 발언하는 필리핀 환경운동가 미치 조넬 탄. 〈사진=로이터 캡처〉

이지은=왜 지금 행동해야 할까요?

미치=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우리의 삶이 위기인 걸요.
도미니카=제 가까운 미래조차 상상이 안 돼요. 우리는 굉장히 불안한 현실에 살고 있어요. 팬데믹이 2년 갈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나요?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오늘의 행동이 더 절실해졌어요.
파르자나=기후 변화를 전면에서 겪는 빈국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게 오늘에 맞는 기후 행동이 되겠죠.
유수프=그 행동은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 할 것입니다.

*이들의 화상 인터뷰는 2021년 12월 13일자 JTBC뉴스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naver.me/GSXdmJk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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