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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반복되는 질식사…'밀폐공간' 들어가보니

입력 2020-07-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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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사방이 막힌 밀폐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맨홀이나 정화조같이 꽉 막힌 데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올해 보도된 것만 10명입니다. 특히 여름철엔 기온도 높고 유해가스가 배출되는 속도도 빨라서 질식 사고가 많은데요.

서효정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밀폐공간 안전 진단 (2020년 7월 7일)

[김진영/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 작업자는 어디로 들어가는 겁니까? (사다리요.) 여기 깊이가 몇 m예요? (5m.)]

시설을 점검하는데…

[김진영/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 환기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상부에서 공기를 집어넣고요, 반대쪽에서 빼고요.)]

호스를 어디에 놓는지까지도…

[김진영/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 이게 입구 쪽에 살짝 걸려 있잖아요? (평소 저희가 작업할 때는 호스를 더 안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이렇게 밀폐공간이 많은 곳, 여기는 하수처리장입니다.

이게 소화조라는 시설인데 여기가 하수 찌꺼기로 가득 차 있고 이렇게 튼튼한 벽으로 사방이 막혀 있어서 질식 위험이 특히나 높은 곳입니다.

보름 넘게 환기를 시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준호/성남수질복원센터 작업자 : (왜 가스 측정이 안 돼요?) 없으니까요. 저희가 20일 넘게 여기를 계속 환기를 시켰기 때문에…]

환기를 했어도 끝이 아닙니다.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산소를 넣어주는 송기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저희가 찾아왔을 때 마침 내부를 청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 특수 카메라로 안에 모습을 좀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부 깊이는 4m 정도, 줄을 잡고 사다리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부식된 콘크리트 벽이 드러납니다.

하수 찌꺼기에서 나온 황화수소 가스 때문입니다.

내려오니 가스 측정기는 이미 뻘에 묻어 더러워졌습니다.

[성준호/성남수질복원센터 작업자 : 생활하수에서 나오는 모래나 이런 것들이 여기 침전이 돼서 다 쌓이는 거예요. 씨앗도 있고 머리카락도 있고.]

호스를 잡고 벽에 붙은 모래를 씻어내립니다.

발을 하나하나 디딜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성준호/성남수질복원센터 작업자 : 점점 경사가 있어서 안으로 점점 빨려들어가거든요. 들어가면 늪처럼 발을 못 뺍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간중간 가스 측정기를 체크합니다.

작업이 끝나고 로프를 잡고 밖으로 나온 작업자.

[성준호/성남수질복원센터 작업자 : 30분 정도는 한 것 같은데요. (지금 5분도 안 지났는데…) 그러니까.]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립니다.

이 소화조 청소를 하는 건 10년 만의 일입니다.

10년간 쌓인 퇴적물이 배출 통로를 막는 겁니다.

쌓여 있는 하수 찌꺼기에서는 조금만 마셔도 사망할 수 있는 황화수소가 나옵니다.

가스 측정을 하고 환기를 하면서 송기 마스크까지 써야 진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1.5kg에 달하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일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성준호/성남수질복원센터 작업자 : (마스크 쓰고 계시다 벗으면 무슨 느낌이에요?) 날아갈 것 같죠. 에어컨 필요 없어요, 들어갔다 나오면.]

최근 5년간 일어난 밀폐공간 질식 사고는 151건, 사고가 나면 사망률이 일반 사고의 40배 이상입니다.

현장 안전 관리자는 대부분 안전 장비를 비치는 하고 있지만 제대로 쓰지 않아서 사고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승형/성남수질복원센터 안전관리자 : 약간의 방심, 안일한 생각…'잠깐 들어갔다 나오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도 평택에서 상수도 배관을 확장하다 두 명이 질식해 쓰러졌습니다.

마스크를 잘못 썼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평택시 관계자 : 줄이 달려 있거든요, 송기마스크는. 작업하기 불편하니까 필터 달린 마스크 그걸 썼고…]

[김종길/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 산소가 (공기 중에) 20%, 21% 있을 때나 가능한 거고 산소 농도가 근본적으로 부족한데서는 방독마스크만 믿으면 큰일나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 작업이 몇 년에 한 번꼴로 있는 임시 작업이라 사업주나 노동자에게 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청소를 해야 할 때 전문 인력이 아닌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조해경/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 마스크 자체를 안 쓰는 경우도 많죠. 아주 영세한 업체라든가 농민들 같은 경우는 이런 마스크 자체를 모를 수도 있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공단에서 장비를 대여하고 점검도 나가고 있지만, 전국 밀폐공간 작업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들은 오늘도 어렵게 일하고 있습니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 소식으로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가 빨리 취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이혜주·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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