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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OOO 했나'…수위 세진 돌직구 패러디 봇물

입력 2016-11-06 18:14

朴 대통령 피해의식 드러내는 담화에 실망감 커져
연예인·소설가도 잇단 동참…"냉소를 웃음으로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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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피해의식 드러내는 담화에 실망감 커져
연예인·소설가도 잇단 동참…"냉소를 웃음으로 달래"

'내가 이러려고 OOO 했나'…수위 세진 돌직구 패러디 봇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방식 중 하나는 유머다. 유머는 빠른 전파력을 자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만나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

특히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풍자한 패러디물이 SNS에서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풍자 수위는 종전보다 세졌다.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했던 과거와 달리 '돌직구형'이 봇물을 이룬다.

SNS에는 '내가 이러려고'라는 해시태그를 단 멘션이 유행처럼 확산 중이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다양하게 풍자한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wi******'는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에 밤잠을 못이루겠다"라고, 'pa*******'는 "내가 이러려고 세금 꼬박꼬박 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라고 각각 적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유명인들까지 가세해 나라를 뿌리째 뒤흔든 치욕스러운 사건 앞에 소신있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수 이승환씨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란 내용의 기사를 퍼나르기(리트윗)한 뒤 "내가 이러려고 가수 했나...팬들 앞에서 요딴 소리?!"라는 글을 남겼다.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내가 이러려고 코미디언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이토록 웃길 줄이야"라고 적어냈다. 김씨의 해학에 감탄하는 댓글이 수 천여개 달렸고 리트윗 횟수만도 2100여회에 이른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쏟아지는 뉴스보다 재미없는 소설을 쓰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자니, 내가 이러려고 소설가 되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나날입니다"라고 올렸고, 이 글은 현재 300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이밖에 각종 패러디 사진들과 신조어가 나날이 늘고 있다.

최씨의 이름 순실과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Siri를 합성한 단어인 '순시리(순 Siri)'가 신조어로 떠오른 지 오래고, 최씨가 검찰 출석 당시 신발 한 짝이 벗겨진 모습을 두고 '순데렐라' 또는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라고 비꼰다.

구글 앱스토어에서는 '순실이 닭 키우기', '최순실의 말 키우기', '슈팅순실' 등 조롱을 담은 모바일 게임까지 연이어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풍자 열풍에 대해 젊은이들의 적극적이고 유쾌한 저항으로 분석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돌직구' 형태를 띄는 점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우스꽝스러운 현상을 변화구처럼 휘어서 또는 돌려서 풍자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날카로우면서도 후련한 유머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과거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문구를 재해석한 풍자가 유행했다면 지금은 담화문을 직접 빗댄 패러디물로 씁쓸한 현 세태를 조롱하고 있다"면서 "피해 의식이 가득한 대통령의 발언에 점점 냉소적으로 돼 가는 국민의 감정을 웃음으로 달래며 여유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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