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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씁쓸한 남의 잔치가 되버리는…'만원의 행복'

입력 2016-04-26 21:31 수정 2016-04-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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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IMF 기억이 아직 생생하던 2003년에 '만원'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연예인들은 이 '만원'을 가지고 때론 지인에게 신세를 지고, 때론 굶으며 극한의 생존체험을 연출했지요.

만원의 가치. 돈의 소중함을 되새겨보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회자되는 만원의 행복.

총선을 앞두고 제각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던 정치권.

사실 국민들은 '설마'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체 노동자 열 명 중 한명은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고, 청년층은 그 고통이 더욱 심해 6명중 1명이 '열정 페이'만 강요당하는 현실.

어찌 보면 최저임금 만 원은 언감생심. 그림의 떡. 즉 화중지병인지도 모르겠군요.

경영계는 벌써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경영에 부담이 되니 만원은커녕 아예 동결하자는 겁니다.

대신, 의외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임시공휴일…. 어린이날을 포함해서 나흘 연휴를 만들어서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입니다.

휴일 늘리는 것을 그토록 반대하던 재계가 반짝 연휴를 준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헷갈리는 와중에 정부 역시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경영계와 정부가 안겨주는 이 깜짝 휴가 역시 그림의 떡으로 바라봐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말씀드렸다시피,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얇은 지갑.

시급 6천30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놀라하면 놀아지느냐….

아니나 다를까 노동자 셋 중 한 사람은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갑작스레 논의 중인 5월의 크리스마스, 성탄의 기적처럼 지갑이 두툼해지지 않은 한, 그저 씁쓸한 남의 잔치가 되어버리는 것….

만원의 행복. 10여 년 전 연예인들에겐 며칠간의 체험으로 끝난 옛 추억이겠지만.

일하는, 아니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겐 하루하루가 만원의 행복이 아니라 만원의 전쟁은 아닐까.

오늘(2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사족하나를 답니다. 임시공휴일 관련기사 중에는 이렇게 하면 총선 이후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짝 상승하지 않겠느냐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기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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