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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야속한 하늘…"가뭄 심해 벼 수확도 포기"

입력 2015-09-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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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계속 좋았습니다. 부서지는 듯한 청명한 가을 하늘이 계속됐지요. 그래서 참 좋았는데… 이건 동전의 양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비가 오질 않았다는 거니까요. 봄과 여름의 가뭄이 가을까지 계속된 겁니다. 오늘(30일)과 내일 중부지방에 비가 온다지만 해갈에는 멀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가뭄 피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충남 서북부 지역의 젖줄인 보령호입니다.

인근 주민 대부분이 이곳 물을 생활용수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가뭄 때문에 호수 곳곳에 바닥이 드러난지 오래입니다.

수문 근처는 물기를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제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일반 도로처럼 보이시겠지만 사실 이곳은 호수 한가운데입니다.

바로 20년 전 댐 건설로 수몰됐던 도로가 가뭄으로 드러나버린 건데요. 군데군데 고인 물이 썩으면서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습니다.

수질이 나빠지면서 큰빗이끼벌레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백정호/충남 보령시 : 물이 이제 적은 것도 문제지만 지금 현재 담수 돼 있는 물이 썩어서 문제가 많아요. 이 물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게 합니다.]

수확철을 앞두고 농작물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천수만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올해 수확을 대부분 포기했습니다.

농업용수 공급을 제때 못한 데다 마른 땅에서 소금기가 올라와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벼 상당수가 다 자라기도 전에 이렇게 말라 죽어버렸는데요. 그나마 살아남은 것도 쌀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해 쉽게 바스러집니다.

정상적으로 자란 벼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합니다.

농사를 포기한 곳이 많다 보니 '벼 반 잡초 반'으로 방치된 논도 눈에 띕니다.

[이종선/경작자연합회장 : 68세 되도록 한 번도 이런 가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수확을 해봐야 수확하는 비용도 안 나오니까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이 50% 이상입니다.]

물이 마른 인근 마을 개울에서는 물고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덩치 큰 물고기는 낮아진 수위를 버티지 못하고 허연 배를 내놓은 채 죽어있습니다.

육지 속 바다로 불리는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 가뭄으로 물이 줄어들면서 그 명성을 잃은지 오래입니다.

호수 한가운데 있어야 할 낚시 시설물이 모두 땅 위에 흉물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민물조개도 빈껍데기만 나뒹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가 서있는 이곳은 물론 저 앞쪽까지 물이 들어차 있었는데요. 지금은 물이 모두 빠지고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습니다.

손가락을 직접 넣어보니 손가락 마디 전부가 들어갈 만큼 틈이 깊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충남도청은 이달 5일부터 충남 지역 8개 시·군에 제한급수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소 물 사용이 많은 식당, 카페 등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걱정이 큽니다.

[김정희/충남 홍성군 : 도청에서 벽돌을 배부해서 지금 화장실 안에다가 넣어놨어요.]

도청도 주민들에게 물 절약을 당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금기홍/충남도청 물관리정책과 : 물 절약 운동에 도민들이 적극 동참해주기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 시·군별로 자체 취수장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곳 예당저수지도 조만간 사라질지 모릅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자연도 사람도 모두 목마름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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