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국제펜싱연맹의 꼼수, '신아람 특별상'이 웬말이냐

입력 2012-08-01 10:14 수정 2012-08-01 10: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국제펜싱연맹의 꼼수, '신아람 특별상'이 웬말이냐


국제펜싱연맹(FIE)이 펜싱 역사에 길이 남을 오심을 유야무야 넘길 속셈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내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E가 여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신아람(26·계룡시청)에게 특별상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FIE는 한국 선수단이 정식으로 제출한 소청은 끝내 기각했다.

신아람은 지난달 31일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5-5로 맞서던 연장 종료 1초전 찌르기를 당해 패했다. 그는 연장전 어드밴티지를 확보하고 있던 터라 1초만 더 버텼다면 결승에 올라갔다. 하지만 네 차례나 공격을 시도하는 동안 1초는 흐르지 않았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한국 선수단은 FIE에 신아람의 출전 경기에서 논란이 된 시간계측 등의 실수를 인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제대로 얻어낸 건 하나도 없어 보인다.

FIE는 신아람 사건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FIE는 "여러 문제가 겹친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서 "불행하게도 신아람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즉 FIE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정하지만, 다시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태도다. 관련자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 피해는 인정하나 가해자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격이다.

그 대신 FIE는 "신아람의 스포츠맨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별 메달이나 트로피를 수여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올림픽 메달은 줄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만든 기념 메달이나 트로피를 주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FIE에서 신아람이 보여준 스포츠맨십을 알리는 행사를 런던에서 여는 것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성대한 행사로 슬쩍 최악의 오심 사건을 가려보겠다는 걸로 보인다.

박 회장은 "어차피 번복될 일도 아니고 신아람이 에페 단체전 경기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단체 경기가 있기에 아직 신아람의 4년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번 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또다른 오심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