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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한강하구 중국어선 '합동 차단 작전'…정전협정 이후 처음

입력 2016-06-10 17:12

중국 불법조업 어선 차단 외교적 협의만으로는 한계

'민정경찰' 관리·통제…해군·해병·해경·유엔사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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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 어선 차단 외교적 협의만으로는 한계

'민정경찰' 관리·통제…해군·해병·해경·유엔사 합동

정부가 10일 서해 한강하구 중립수역 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해군·해경을 투입해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처음으로 '합동 차단 작전'을 실시했다.

정부는 중국 측과의 외교적 협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유엔사의 협조 하에 '민정경찰'을 운용해 이 구역을 관리·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활동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엔사 군정위가 관리·통제하는 중립수역…中 어선, 빈틈 노리고 싹쓸이 조업

군 당국 집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 연 2~3차례에 그쳤던 서해 한강하구 중립수역 내 중국 어선 불법조업은 지난해 120차례로 급증했고, 올해 5월 기준 520차례에 달하는 등 이로 인한 어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해 한강하구 수역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분쟁 가능성이 높은 민감 수역이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정전협정 제1조 제5항은 '한강하구의 수역(조강·祖江)으로 그 한쪽 강 기슭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하며, 쌍방 민간선박이 항해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간 남·북한 선박들은 사실상 이 구역을 통행하지 못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워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강하구 민간 선박 출입은 ▲자유로 건설용 골재채취선 진입(1990년11월~12월) ▲자유로 건설용 골재채취선 철수(1991년 11월) ▲표류하던 황소 구하기(1997년 1월) ▲좌초 준설선 구조·예인(1999년 8월) ▲거북선 한강하구 이동(2005년 11월) 등 5차례에 그쳤다.

중국 어선들은 이런 점을 노리고 상습적으로 불법조업 활동을 벌였다. 특히 중국 어선들은 우리 어민들에게는 금지된 '쌍끌이 저인망식 조업'을 벌이며 물고기와 꽃게를 가리지 않고 쓸어갔다고 한다.

이에 유엔사 군정위는 최근 한 달 동안 특별조사활동을 통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통행하는 중국 어선을 감시해왔으며, 조사 결과 이들 선박이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무단 진입 선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中어선 10여척 작전 시작되자 황급히 北연안으로 달아나…우발 상황은 없었어

결국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해군 고속단정(RIB)과 해경 단속 인원, 해병대 병력 등으로 구성된 민정경찰(민사행정경찰)을 첫 투입, 한강하구 중립수역 내 중국 어선 차단 및 퇴거 합동 작전을 최초로 실시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들도 작전을 참관했다.

당초 작전은 전날 오전으로 잡혔으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이날로 하루 연기됐다.

작전 구역은 서해 강화도 근처 서검도의 서쪽과 볼음도의 북쪽 해역으로, 중국 어선들은 꽃게잡이 철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이 일대에 거의 매일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이 일대에 출몰한 중국 어선들은 10여척으로 알려졌다.

민정경찰 요원들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깃발을 게양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투입 인원은 24명이며, 고속단정은 2~4척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기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한강하구 수역 내 4척을 넘지 않는 민사행정경찰용 순찰 선박과 24명을 넘지 않는 민사행정경찰을 제공한다'고 정하고 있다.

요원들은 중국 어선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비, 실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기본 무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작전에서는 별다른 충돌이나 우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이 오늘 작전에 당황한 듯 했다"며 "저항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급히 빠져 나가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작전은 중국어, 한국어, 영어 등 3차례의 경고방송 직후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경고방송은 "귀측은 군정위 통제구역에서 조업 중이다. 한강하구에서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원들이 중국 어선들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고방송이 충분히 들릴 만큼 가깝게 다가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10여척은 경고방송과 함께 민정경찰의 접근이 시작되자, 황급히 어망을 챙긴 뒤 달아났다. 일부 어선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어선들은 대부분 북측 연안으로 대피했다. 고속단정이 뒤를 쫓았으나 북방한계선(NLL)을 넘을 수는 없었다. 중국 어선들의 대피와 관련, 북측의 별다른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일회성 아닌 상시 단속…軍 "中어선 조업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

군 당국은 이번 작전의 목적을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차단'과 '이탈'이라고 설명했다. 중립수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이미 들어와 있는 불법조업 어선을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작전이 일회성이 아닌, 민정경찰에 의한 상시적인 관리·통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된다"며 "이 구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작전은 오는 11일 만조(滿潮·바닷물이 가장 꽉 차게 들어왔을 때)에 맞춰 재개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중국 측과는 외교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불법조업 문제를 사전 협의해왔으며, 북측에는 지난 8일 유엔사 군정위 명의로 '대북(對北) 전통문'을 보내 작전 관련 사항을 통보했다. 또한, 유엔사 군정위에는 한강하구 수역에서 정전협정이 정상적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유엔사 차원의 대중(對中) 조치 추진도 요청해뒀다.

특히 중국 측에는 민정경찰 운용 관련 내용을 사전 통보, 불법조업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공지했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강하구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행위가 지속돼 유엔사와의 협의를 통해 민정경찰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한강하구 수역에서의 군사적 안정성을 유지한 가운데, 불법조업 중국 어선 차단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작전을 승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 작전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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