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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원인은 '주사제 나눠쓰기' 25년 관행

입력 2018-04-06 10:56 수정 2018-04-06 11:40

개원 때부터 '1인 1병' 원칙 어겨…의료진 모두 묵인·방치
교수 2명·수간호사 구속 송치…전공의·간호사 등 4명 불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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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때부터 '1인 1병' 원칙 어겨…의료진 모두 묵인·방치
교수 2명·수간호사 구속 송치…전공의·간호사 등 4명 불구속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원인은 '주사제 나눠쓰기' 25년 관행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균에 감염돼 연쇄 사망한 사건은 이 병원에서 25년 넘게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관행 때문으로 드러났다.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은 1993년 이 병원이 개원했을 때부터 감염 관리 지침을 어기고 신생아들에게 주사제 1병을 나눠 맞혔다. 경찰은 의사·간호사들 모두 이런 관행을 묵인한 끝에 신생아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고 결론 내렸다.

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와 전임 실장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10일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심모 교수와 전공의 강모씨, 간호사 B씨·C씨 등 4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부터 오후 10시 53분 사이에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졌다. 검찰에 넘겨지는 의료진 7명은 감염·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이 사건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등을 근거로 숨진 신생아들 사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균에 감염됐으며, 균 감염은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간호사들이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 예방 지침 '1인 1병 원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침만 지켰더라도 신생아가 4명이나 한꺼번에 숨지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이번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핵심인 이런 '분주(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서 주사하는 행위)' 관행이 이대목동병원이 개원한 1993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개원 때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박 교수(전임 실장)는 개원 당시에 지질영양제를 환아 1명당 일주일에 2병만 처방하면서 간호사들에게는 "매일 투여하라"고 지시했다.

지질영양제는 입으로 밥을 먹을 수 없는 신생아들을 위한 사실상의 '식사'이므로 매일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환아 1명당 일주일에 2병만 처방됨에 따라 간호사들은 영양제를 여러 환아에게 나눠서 맞힐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8년 이대목동병원에 부임한 조수진 교수도 이 관행을 10년 동안 묵인하면서 박 교수와 똑같이 지시했다.

경찰은 "1993년에는 지질영양제가 일주일에 2병까지만 보험 적용이 됐다. 그래서 분주 관행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1994년에 주사제 잔량까지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행정 지침을 바꿨는데, 이대목동병원은 이를 통보받지 못해 신생아중환자실의 분주 관행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은 2010년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준비하면서 국제 인증 기준인 '처방과 투약의 일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박 교수와 조 교수도 이때 지질영양제 처방을 '환아 1명당 매일 1병씩'으로 바꿨다. 그러나 간호사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고, 간호사들의 분주 관행은 계속됐다.

교수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할 때는 1명당 1병씩 맞힌 것처럼 청구해 비용을 타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의료진이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과다 청구한 사기 혐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내사 단계이며 심평원이 조사 중이다.

교수들은 2017년 9월께 병원 차원에서 지질영양제를 용량이 250㎖인 '클리노레익'에서 500㎖인 '스모프리피드'로 바꾸면서 분주에 따른 감염 위험이 더 커졌음에도 간호사들에게 분주 관행을 그만두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관행은 또다른 관행을 낳았다. 간호사들은 과거에는 그나마 주사제를 투여하기 직전에 분주했으나, 5년여 전부터는 투여하기 몇 시간 전에 미리 분주를 해놓고 상온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 근무(오전 7시∼오후 3시 근무)'를 하는 신입 막내 간호사가 혼자 분주하는 '악습'도 생겨났다. 모두 간호 지침 혹은 감염 예방 지침에 어긋나는 행위다.

경찰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 교수진 3명과 전공의는 모두 스모프리피드의 설명서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설명서에는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거나 상온에 방치하면 안된다는 사용지침이 나와있었으나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교수들은 신생아중환자실 내 주사준비실의 감염·위생 상태를 점검하기는커녕 한번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이들은 간호사를 상대로 감염 예방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교육 역시 한번도 하지 않았다.

수간호사 A씨도 간호사들에게 감염 교육을 시켜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한번도 하지 않았으며, 2012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분주 관행 등 여러 위법한 관행을 알았으나 묵인·방치했다.

전공의 강씨의 경우 사망사건 전날 지질영양제 처방을 불분명하게 내리는 바람에 간호사 여러 명이 지질영양제를 중복으로 준비하고 투여하도록 만들어 감염 위험을 높이고, 이를 현장에서 보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결국 교수급 의사들이 분주 관행을 만들어 놓고 이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탓에 무려 25년 동안 감염 지침이 일상적으로 어겨지다 보니, 끝내 신생아 4명이 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오래되고 위법한 업무 관행을 관리·감독자들이 무책임한 태도로 묵인·방치한 탓에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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