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5회]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와의 전쟁

입력 2014-03-16 23:1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16일) 전국이 또다시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80 마이크로 그램 이하의 경우이면 '보통'으로 분류되는데요. 오늘은 서울 경기 지역의 경우 최고 160을 넘으면서 외출하면 목이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의 발원지 중국 현지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한 낮인데도 온통 희뿌연 도심. 올들어 서울지역에 초미세먼지 특보가 발령된 건 모두 18일입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질. 도대체 초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평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우리나라에서 현재 관측되고 있는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 등 주변 국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초미세먼지의 발현지로 지목된 중국 현지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아침이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진 허베이성 싱타이엔 희뿌연 스모그가 짙게 꼈습니다. 중국에서조차 최악의 대기질로 꼽히는 싱타이, 실시간으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이같은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치명적입니다. 고령자의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임신 여성이 장기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영아 사망률이 53%까지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싱타이 시내의 대형병원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오전 9시가 되자, 복도엔 진찰을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로 북적입니다. 이미 입원한 어린이도 많은데, 대부분 폐렴 환자입니다.

[리즈어시/싱타이 주민 : 이 안에 있는 아이들은 다 같은 병을 앓고 있어요. 폐병이죠.]

보호자들은 한결 같이 아이들의 병이 나빠진 공기탓이라고 주장합니다.

[왕뢰이디/싱타이 주민 : 어른들한테도 심각한 문제인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스모그가 심한 날은 아이를 집에서 못 나가게 합니다.]

도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스리푸 마을, 주로 밀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시골이지만 대기오염이 걱정인 건 매한가지입니다.

[한야민/스리푸 마을 주민 : 하늘은 계속 잿빛이고 호흡하기도 힘듭니다. 경제력만 받쳐준다면 공기 좋은 것으로 가서 살고 싶죠.]

공기질이 나빠진 건 언제부터일까?

주민들은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급속화된 공업화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천쾌이성/스리푸 마을 주민 : 70년대 이전에는 싱타이에 공업이라 불릴 만한 것이 없었죠. 공업이 발달된 건 개혁개방 이후부터입니다.]

최근 들어 이 마을에도 아픈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70대인 런종친, 천자차이 부부는 천식과 폐렴으로 병원을 자주 드나듭니다.

[런종친/스리푸 마을 주민 : 4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어요. 계속 호흡이 가빠오고 천식이 심해서요.]

폐렴을 앓았다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숨쉬기가 무척 힘듭니다.

[천자차이/스리푸 마을 주민 : 난 담배를 안 펴요. (병원에 가보니) 환자들이 죄다 그런 병으로 입원한 환자에요.]

생활비의 거의 대부분을 병원비로 쓰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런종친/스리푸 마을 주민 : 병원 한 번 입원하면 6000~7000위안(약 110만~130만원)이 들어요.]

실제로 공산품을 더 많이 쓰고, 자가용을 타는 고소득 도시민보다 가난한 농촌 주민이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석탄 보일러를 쓰다보니 대기가 오염되고 건강도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두안화링/스리푸 마을 주민 : 도시에서는 가스를 쓴다고 하는데, 이곳에 아직 가스 공급이 안 됩니다. (1841) 몸에 안 좋을 줄 알면서도 쓰는 거죠.]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인데요. 허베이성의 연간 석탄 사용량은 약 3억 톤으로 중국 내에서도 가장 많습니다. 싱타이 화력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난캉 마을 주민들은 폐암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오샤오/난캉 마을 주민 : (폐암에) 걸린 사람들은 벌써 다 죽었어요. (발전소가 가동되면) 먼지가 엄청나거든요. 거리에 먼지가 쌓여 새까맣습니다.]

75살 자오즈리엔 씨의 집에서 발전소까지 거리는 불과 1킬로미터 남짓, 그는 원인 모를 폐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오즈리엔/난캉 마을 주민 : 폐가 안 좋아요. 호흡이 가빠요.]

30년 이상 나쁜 대기질에 익숙한 탓인지, 발전설비 노후화로 가동률이 떨어진 현재 상황을 오히려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오즈리엔/난캉 마을 주민 : 지금 공기야 정말 좋아진 거죠. 예전에는 아니었죠.]

[앵커]

중국의 미세먼지라는 게 지금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싱타이 주민 대부분 호흡기 질환을 한 번 쯤 앓아본 경험이 있었는데요. 중국 정부도 초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면서요?

[기자]

네, 미국의 서부 해안 도시들이 대표적인데요. 부소현 특파원의 취재 내용 함께 보시죠.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는 뉴욕 다음으로 큰 도시인데요. 온화한 기온으로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어 하는 이곳이 미국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내 대기 오염 순위 중 상위권의 대부분을 로스앤젤레스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 도시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베이커스필드에 위치한 샌호아퀸 밸리엔 미국 환경보호청의 기준치를 3배 이상 넘는 초미세먼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대기오염이 심해져 호흡기 환자가 늘어나자, 일부 학교에선 아예 야외 활동을 취소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시사지 뉴스위크는 중국의 공장 매연이 태평양을 건너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오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미국 내 공장 수가 줄면서 중국으로 아웃 소싱 업체가 몰렸는데, 그 영향이 부메랑처럼 미국 서부로 돌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1940년대 최악의 스모그 사태를 겪은 로스앤젤레스. 도시 전체가 황갈색 스모그로 뒤덮였고, 시민들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샘 아트우드/캘리포니아 대기관리국 홍보국장 : 1940~60년대까지 매우 심한 대기오염 문제로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눈이 찌르듯 아프고 가슴이 답답할 뿐 아니라 산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LA형 스모그'의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입니다. 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등이 캘리포니아의 강한 태양열과 만나 유독성 스모그를 만든 겁니다. LA시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50년 간 노력한 끝에 오염 수치를 6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여전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계 최초로 초미세먼지 논의가 시작된 곳도 미국입니다. 미국 서남부 유타 주의 시골마을인 프로보에 제철소가 들어선 건 1944년. 이후 주민들은 40여년간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습니다. 한 지역대학의 경제학자가 제철소 가동유무와 질환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덴 포프/브리검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공장이 다시 문을 열자 휴업을 했을 때와 비교해 소아 호흡기 환자가 거의 2배 늘어난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후 미국 6개 도시 환자 8,000명의 건강 기록을 추적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폐질환과 암, 심장질환 등을 일으켜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덴 포프/브리검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PM2.5(초미세먼지)의 본격적인 연구 전에는 심각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끈질긴 조사와 연구로 초미세먼지가 대기오염에 가장 심각한 요인이란 점을 알아냈습니다.]

1997년 마침내, 미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초미세먼지 환경 규제 기준을 내놨습니다. 각 지역에 설치된 초미세먼지 측정기는 매일 낮 12시 웹사이트와 앱 등을 통해 다음 날 대기 오염 상태를 예보합니다.

[샘 아트우드/캘리포니아 대기관리국 홍보국장 : 깨끗한 공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주민들이 대기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기오염 예보에 주의를 기울여 행동하는 겁니다.]

캘리포니아 주 5개 카운티를 관리하는데, 1년 예산은 우리 돈 1,370억 원에 이릅니다. 세계 최초로 초미세먼지에 대한 규제를 만들었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매년 2만 명 이상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는 벌써부터 초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데 우리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기자]

보신것처럼 예보가 중요한데요. 문제는 초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정보는 오는 5월에야 수도권부터 시범 예보를 할 계획입니다.

[앵커]

중국 발 오염물질을 계속 두고 볼 수 많은 없을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됐나요?

[기자]

중국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는데 아직 발표된 합의 내용은 없습니다. 그 사이 국내에서도 중국처럼 피해자가 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함께 보시죠.

겨울이 가고 봄이 왔지만, 초등학생 가현이는 겨우내 쓰던 마스크를 벗지 못합니다.

[배가현/서울 숭의초 3학년 : 코가 막혀요. 답답해요.]

나빠진 서울의 대기질이 비염을 악화시킨 겁니다.

[배소영/서울 이태원동 : 저부터도 어른인데도 목이 답답해요. 우리 아이는 아토피를 가지고 있고, 비염을 가지고 있으니까 더더욱 나쁜 거죠.]

천식 치료를 받는 5살 노아의 아버지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김종희/서울 이태원동 : 아무래도 남자 아이여서 많이 뛰어다니고 하니까. 봄철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할 텐데, 그런 것들이 염려돼요.]

[양현종/순천향대병원 소아알러지호흡기센터 교수 :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외래나 입원 환자, 특히 소아에서 아주 상당한 증가가 있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1/30 수준, 코털이나 폐 섬모에서 대부분 걸러지는 일반 먼지와 달리 폐포와 혈관까지 그대로 침투합니다.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장기간 노출되면 병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동물실험 결과, 건강했던 쥐는 초미세먼지를 마신 뒤 이상반응을 나타냅니다. 먼저 디젤 차량의 분진에서 얻은 초미세먼지를 투입하자, 숨쉬기가 힘든지 호흡이 빨라집니다. 갑자기 두 손으로 코를 부비기 시작하고, 꼬리는 축 늘어져 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활동량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쥐의 폐 기능을 확인해보니, 정상 쥐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또 현미경으로 폐 조직을 살펴본 결과 초미세먼지가 폐포에 염증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급속도로 몸 속에 퍼지다보니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치명적입니다.

[장안수/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있는 경우 급성 악화를 통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있고, 심장질환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망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뿐 아니라 고도 비만인 사람도 초미세먼지에 취약합니다.

[장안수/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배가 나오고 살이 많이 찌다 보면 폐를 누르게 되잖아요. 이런 사람들한테 초미세먼지가 들어가면 숨이 더 차게 되고, 기도염도 더 심하게 일어나서 중증도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가 더 무서운 건 각종 중금속에 오염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날아온 초미세먼지 속엔 납과 카드뮴, 비소 같은 독성물질이 가득합니다.

[이평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어린이 같은 경우 손을 통해 입으로 유입되고 그게 결국 위로 가게 되는데, 위로 들어가면 더 많은 양의 중금속이 체내에 용해돼서 축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의 대기질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석탄 사용량을 낮추는데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왕타오/카네기칭화국제정책센터 연구원 : 한국과 일본은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석탄을 씁니다. 중국의 천연가스 사용은 높은 가격 장벽에 막혀 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이 연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위위/베이징대학교 경제정책연구소 소장 : (한국을 비롯한) 서방의 기업과 산업계는 중국의 환경오염에서 도전과 기회를 발견해야 합니다. 적용 가능한 기술과 상품을 중국에 판매하고 중국을 도와 기술을 개선해야 합니다.]

중국 전체 승용차 8,000만 대 가운데 지난해 신규 등록한 차량이 1,200만 대에 이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도 선진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일 엄청난 초미세먼지를 쏟아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도움을 호소하기에 앞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초미세먼지 문제는 매년 반복될 테니 우리 정부 당국이 면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겠습니다.

관련기사

[탐사플러스 5회] '황금 물고기'를 낚는 실내 낚시터 [탐사플러스 5회] '간첩 증거 위조 의혹' 그 진실은? [탐사플러스 4회] 후쿠시마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 [탐사플러스 4회] 국악과 신탁통치? 서울대 성악과, 왜... [탐사플러스 4회] PX가 더 비싸다니.. 군납비리 '복마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