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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인플레 조짐에 정부 비상…기름값 '꿈틀'

입력 2012-01-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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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3%대 초반에 묶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
중동전쟁 터진 1973년 유가 단숨에 4배로 폭등


미국이 주도하는 추가 제재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한국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주 연속 하락한 국내 휘발유 값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뜀박질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란 추가 제재안을 담은 미국의 국방수권법 발효에 앞서 이란산 원유 도입량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감축량 최소화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현물가 사흘째 110달러 상회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고 있다. 제재 강도를 높이는 미국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함에 따라 중동지역 긴장감이 고조된 탓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군사력 동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달 19일 100달러선까지 하락했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달 30일부터 4거래일째 상승해 지난 5일 배럴당 110.23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 6일 109.92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16일(110.59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란산 중(重)질유 현물가격은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째 110달러를 웃돌았다. 지난 5일 111.21달러로 작년 11월 9일(111.69달러) 이후 가장 비쌌다.

중동산 원유 값이 1주일 만에 6~7달러 상승함으로써 국내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국내 기름 값도 상승압력에 직면했다. 지난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천933.32원으로 9주 연속 하락해 작년 7월 둘째 주(1천927.34원) 이후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이르면 이번 주부터는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지난주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높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 초반에서 묶겠다던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동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전쟁이 터지면서 석유파동을 몰고 온 1973년에는 유가가 단숨에 4배로 치솟았다.

미국이 철수한 뒤 종파 분쟁을 겪는 이라크 정세도 국제유가에는 부담이다.

유가가 오르면 실질구매력이 약해져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연간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2%포인트 밀어올리며 경상수지는 20억달러 악화시킨다.

가뜩이나 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국제정치 요인에 의한 유가 상승까지 가세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 이란산 원유 감축폭ㆍ대체수입선 고심

정부로서는 원유 수급도 골칫거리다.

한국이 미국 정부에서 예외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국방수권법이 6월 말 발효하면 우리는 이란산 원유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면 미국과 거래할 수 없다. 원유 대금 결제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란산 원유 점유율은 세계 시장에서 5% 안팎이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주요 수요처다.

국내 원유 도입량에서 차지하는 이란산 비중은 2002년 6.8%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나 2007년 10.3%를 정점으로 2008년 8.5%, 2009년 9.9%, 2010년 8.4%, 작년 9.4% 등으로 등락했다. 일시에 중단하면 유가 급등과 수급 대란이 동시에 닥칠 수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 도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연합이 수입 금지에 잠정 합의했듯이 우리로선 미국에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비상경제대책회의 보도자료에서 "이란산 원유 도입 감축이 최소화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대체물량 확보, 비축유 활용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입량 감축을 기정사실로 하겠다는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 국방수권법은 상당량의 이란산 석유수입을 감축하면 특정국가에 대한 법 적용을 유예하거나 법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만큼 우리로선 도입량을 줄여 `열외' 인정을 받는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의 움직임에 주시하며 이란산 감축폭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가가 대체수입선 확보에 나섬에 따라 유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일본은 카타르산 도입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이라크산과 쿠웨이트산을 대체물량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을 대체하는 원유를 들여오면 유종이 달라 정유설비를 재설정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수입선 대체는 비용 상승을 불러와 국내 기름 값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1천600만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곧 유가 급등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이 상황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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