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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들 '쓸쓸한 흔적'…사적지 88% '훼손·멸실'

입력 2016-08-16 09:42 수정 2016-08-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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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5일) 광복절 하루, 어떤 모습으로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밀착카메라는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쓸쓸한 흔적들 담아봤는데요. 전국에 있는 독립운동가 사적지 가운데 90% 가까이는 훼손이 됐거나, 사라졌다고 합니다.

안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경기도 화성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총지휘했던 차희식 선생의 생가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잡초가 굉장히 무성한 데다가 유리창마저 깨져 있어 언뜻 보면 폐가처럼 보이는데요.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잡초와 벌레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생가 안쪽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집안 내부는 오래돼서 이렇게 허물어져 있는데요. 또 입구 한 쪽에 보시면 침대 매트리스를 포함해 몇 년 째 방치돼 있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는 길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인데요.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집안 곳곳에 쌓인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합니다.

[김왕기/경기도 화성 주곡리 : (사람이 살지 않은 지) 10년 넘었지. 수리한다더니 그냥 또 깜깜무소식이야.]

좁은 길을 따라 찾아 이번엔 경기 여주의 또 다른 독립운동가 생가를 찾았습니다.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이곳은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이인영 선생의 생가입니다.

이인영 선생은 전국의 의병을 이끈 총대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인데요. 전쟁기념관에서 이달의 호국인물로 선정됐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생가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보시는 것처럼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여주 향토유적 제 17호로 지정돼 있고, 아래 쪽엔 이인영 선생의 일대기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치워져 있지만, 관람객들이 집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보니, 이곳도 최근까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경우 생가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삼청동의 지청천 장군의 집터가 있다는 곳으로 찾아왔습니다.

지청천 장군은 만주군에서 독립군을 양성하고 임시정부에 광복군 총 사령관을 지냈던 인물인데요.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생가는 남아있지 않고, 다른 건물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 대신 맞은 편에는 이곳이 지청천 장군의 집터임을 알리는 빛바랜 표석만 남아있습니다.

이곳을 자주 지나는 사람들조차 집터인지 몰랐다고 말합니다.

[홍유림/경기도 성남시 신흥동 : 사실 여기를 많이 지나다니는데 이 표지판이 있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인근 계동에 있는 여운형 선생의 집터에도 현재 칼국수집이 영업 중이고, 남아 있는 것이라곤 역시 표지석뿐입니다.

집터 표지석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영문 표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저마다 제각각인 점도 문제입니다.

이곳은 서울 원서동에 있는 송진우 선생의 집터입니다.

송진우 선생은 언론인이자, 교육인이었던 독립운동가였는데요.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생가는 남아있지 않고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또 다른 독립운동가 사적지 앞에서 볼 수 있었던 표지석도 이곳에 남아있지 않은데요.

보시다시피 그가 서거할 때까지 살던 집 터임을 알리는 작은 안내문만 벽면에 붙어있습니다.

[임윤경/서울 구로동 : (여기가 어딘지) 못 알아볼 것 같은데요. (안내판이) 너무 작아요.]

이인·김완규·이병철 선생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집터들에는 그나마 이런 안내문조차 붙어있지 않습니다.

이재명 의사 의거터와 손병희 선생의 집터에는 쓰레기가 보입니다.

국가보훈처에서 관리하는 독립운동가의 생가는 전국에 44곳 뿐.

게다가 전국의 독립운동가 사적지 가운데 88%는 이곳들처럼 훼손되거나 이미 사라진 것으로 독립기념관 측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한 '나의 소원'입니다.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며 스스로를 희생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무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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