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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눈치 모욕적" 서울대 처장 사의…유족 "고인도 노조원"

입력 2021-07-12 15:18 수정 2021-07-12 16:10

사의 표명 뒤 "외부세력 개입" 또 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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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표명 뒤 "외부세력 개입" 또 글 남겨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JTBC뉴스룸 캡처]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JTBC뉴스룸 캡처]
"아내도 노조원이었습니다. 숨진 그 사람도 외부세력이란 말일까요"

지난달 서울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A씨의 남편 이모씨가 JTBC에 전한 말입니다. 이씨가 이런 말을 하는 건 12일 사의를 표명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노조'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번 사망 사건에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 교수는 A씨가 기숙사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쓰는 등 갑질과 과로에 시달려 사망했다는 서울대 민주노총 노조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노조가 개입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산 사람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역겹다", "언론과 노조의 눈치를 보는 것이 모욕적"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남겨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고인이 갑질을 당하지 않았는데 노조가 왜곡하고 있단 취지입니다.

 
숨진 고인의 청소노동자 동료들이 봤던 시험 중 일부. [JTBC뉴스룸 캡처]숨진 고인의 청소노동자 동료들이 봤던 시험 중 일부. [JTBC뉴스룸 캡처]
◆서울대 학생처장 "외부세력인 노조가 개입"
구 교수는 이날 사의를 표명한 뒤 올린 글에서도 "외부 정치 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간섭할 빌미를 줬다"며 "외부에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이 한발짝 뒤로 물러나 달라"며 노조를 '외부 세력'이라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억누르는 이분법적 구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실감과 황망함에 힘들어하시는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노조와 유가족을 분리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 교수의 입장에 고인의 남편인 이씨는 오히려 구 교수가 이번 사건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습니다. 숨진 아내도, 그리고 자신도 서울대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그럼 우리들 역시도 외부자란 말이냐고 했습니다.

 
숨진 고인의 남편인 이모씨. [JTBC뉴스룸 캡처] 숨진 고인의 남편인 이모씨. [JTBC뉴스룸 캡처]
◆유가족 "숨진 고인도 노조원, 동료 위해 목소리냈다"
이씨는 "구 교수님은 순진한 유가족을 노동조합이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노조에서 무엇을 발표하기 전에 유가족과 매번 상의하고, 저 역시도 '아닌 것 아니다'고 말을 한다"며 "유가족 역시도 서울대 내부의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숨진 아내는 주변 동료들이 당한 갑질에 분노하던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2018년부터 서울대에서 근무했던 이씨는 아내와 달리 두 달 전 노동조합을 탈퇴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것이 별로 없었고, 자신 역시도 민주노총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씨는 "이번 사건의 경우 노조가 상당히 자제하며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구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씨는 "구 교수님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 권리가 있다"며 "다만 진실은 존재하기에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1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를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JTBC뉴스룸 캡처]1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를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JTBC뉴스룸 캡처]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결과 기다릴 것"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8일 오세정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서울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JTBC와의 통화에서 "구민교 교수의 주장이 이번 조사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교내 복지와 인권을 총괄하는 학생처장이, 제대로 된 조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결론을 내린듯한 발언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날엔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서울대를 찾아 유족과 학교 측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에 긍정적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내 독립기구인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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